
러시아의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은 소련 이후의 유라시아에서 영향권을 회복하려는 더 광범위한 움직임의 한 부분이다. 2022년의 침공은 동유럽, 남캅카스(남코카서스), 중앙아시아의 많은 러시아 이웃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으며, 러시아가 여전히 그들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위협이 된다는 두려움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관심과 자원을 대규모로 소모한 만큼, 이는 동시에 많은 국가들에게 기회가 되었다. 러시아가 전쟁에 매달린 틈을 타 이들 국가는 상호협력을 강화하고, 지역 밖으로의 파트너십을 새로 맺거나 심화시키며, 옛 제국 종주국과 묶여 있던 유대의 일부를 느슨하게 풀었다.
구소련 '유라시아'의 많은 정부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는 데에는 조심했지만, 현실에서는 주권과 독립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1990년대 이래 미국이 이 지역에서 추구해온 핵심 목표다. 러시아군의 무기 수요로 인해 러시아 정부가 약속한 수출을 이행할 수 없게 되자, 아르메니아 같은 국가는 유럽과 인도 등 다른 공급처로 눈을 돌렸고, 다른 지역 국가들은 튀르키예, 심지어 중국으로부터 무기를 구입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으로의 재배치를 위해 캅카스와 중앙아시아에 주둔한 병력과 장비를 철수하자, 양 지역의 국가들은 러시아가 오랫동안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부추겨왔던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기 시작했다. 더 넓은 지리상의 협력이 강화되면서 무역 연결성을 강화하고 러시아를 경유하지 않는 대안 교통로를 구축할 새로운 기회도 창출되고 있다. 과거 종주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면서, 이 지역 국가들은 러시아 그리고 다른 강대국들과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점점 키워가고 있다.
그러나 역사가 보여주듯, 러시아는 지역적 패권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 2014년 전면 침공 이전에도 러시아는 크름(크림)반도를 합병하고 돈바스 지역에 개입했으며, 그보다 앞선 2008년에는 조지아를 침공했다. 오늘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들에 대해서도 배타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는 여전히 러시아의 최우선 순위지만, 러시아는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카자흐스탄, 몰도바에 대한 일종의 종주권을 추구하고 있으며, 중앙아시아의 나머지 국가들에 대해서도 좀 거리는 있지만 소련제국의 시선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외교정책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명시한 2023년 러시아 외교정책 개념은 이들 국가들을 "근린 지역"(ближнее зарубежье)이라 부르는 용어를 부활시켰으며, "수세기에 걸친 공동 국가 전통, 깊은 상호의존 … 공통의 언어와 밀접한 문화"를 내세워 이들을 러시아의 영향권에 두려는 정당화 논리를 제시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투가 잦아들면, 러시아는 다른 이웃들을 러시아가 주도하는 다자체제에 끌어들이고,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며, 그들 나라의 시민사회를 겨냥해 러시아식 법률을 채택하게 하고, 그들 영토 내에서 러시아 군사 및 정보 기구의 존재를 더욱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려 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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