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 선 트럼프 [PADO]

광야에 선 트럼프 [PADO]

PADO 국제시사문예지
2025.09.06 06:00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는 여러모로 독특한 정치인입니다. 그 중에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입장을 번복하면서도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은 그 누가 트럼프의 뒤를 잇더라도 결코 가지지 못할 독보적인 특징이며 아마도 트럼프 개인의 강력한 카리스마 덕분일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트럼프의 코어 지지층이던 MAGA 진영과 트럼프 사이에 본격적으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균열이 두드러진 계기는 바로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건에 트럼프도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입니다. 미국에서 엡스타인 사건은 '딥스테이트' 음모론의 단골 소재로, 과거 트럼프 본인도 이를 가지고 민주당 연루설을 주장하는 등 음모론에 불을 자주 지폈다는 점에서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최근에는 기존의 입장을 바꾸어 중국 유학생에게 비자 발급을 확대하겠다고 한 트럼프의 발언이 MAGA 진영에서 강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제 트럼프 지지 세력은 트럼프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이 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트럼프가 물러나고 나면 미국이 좀 더 과거의 미국에 가깝게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정치사상가이자 평론가인 존 그레이는 뉴스테이츠먼 7월 30일자 기고문에서 정반대의 전망을 제시합니다. '달러'로 대표되는 미국 주도의 금융 질서의 쇠락, 이익에 기반한 '거래'로 전쟁을 종결시킬 수 있으리란 트럼프의 시도가 모두 무위로 돌아가면서 더욱 두드러지는 기존 국제질서의 붕괴, 이를 묘사하는 존 그레이의 이번 글은 그 어느때보다도 더 묵시록적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2024년 7월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위스콘신주 밀워키 피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RNC) 4일차에 연단에 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2024년 7월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위스콘신주 밀워키 피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RNC) 4일차에 연단에 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2024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카멀라 해리스가 연설하는 것을 보면서 도널드 트럼프가 보좌진에게 SNS에 올릴 게시물을 구술하는 영상은 마치 마법사가 일하는 모습 같다. 대선 후보인 그는 십수명의 선거 캠프 팀원들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치킨너겟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접시를 앞에 두고 코카콜라 병을 홀짝이며—상황을 주도하고 있다. 그의 발언은 보좌진이 타이핑한 후, 수정 및 승인을 거쳐 X(트위터)와 트루스소셜에 게시된다.

미국인의 무의식을 읽어내는 심령술사처럼 그는 자신에게 다수표를 안겨준 미국인들의 두려움을 목소리로 표현한다. "국경, 인플레이션, 범죄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가 말한다. 그의 트윗은 느낌표와 대문자로 가득할지 모르나 그는 부드럽게 말한다. 방 안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터커 칼슨이 지원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압승의 기술'(Art of the Surge)의 일부로 2024년 10월에 방송된 이 영상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트럼프는 지난 11월 압승으로 일어난 정권 교체의 유일한 기획자였다.

그러나 그를 단순히 정치적 마술사, SNS의 마법사로 보는 것은 그의 역사적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그는 리버럴들이 믿고 싶어 하는 것처럼 비정상적 존재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두 번째 대통령 취임식 이후 6개월이 지난 지금, 세상이 트럼프 이전으로 돌아갈 길은 없다. 다가올 일들의 전조인 트럼프는 자신도, 그리고 당황한 자유주의 질서의 잔당들도 통제할 방법을 전혀 모르는 힘들을 해방시켰다. 헤겔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1806년 예나 전투에서 나폴레옹이 프로이센 군대를 격파하기 전날 그의 모습을 보고 그를 '말 위에 올라탄 세계사'로 인식했다고 묘사했다. 골프 카트를 탄 트럼프도 비슷한 중요성을 지니지만 수다스러운 독일 철학자 헤겔이 역사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고 믿었던 종류의 새로운 합리성을 구현하지는 않는다. 어떤 나폴레옹보다도 더 변덕스럽게 움직이며, 트럼프는 정치와 역사에서 새로운 논리를 풀어놓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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