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나흘 전 사임했던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전 총리를 다시 총리직에 임명했다.
10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엘리제궁은 이날 성명에서 "대통령이 세바스티앵 르코르뉘를 총리로 임명하고 새 정부 구성을 맡겼다"고 밝혔다.
총리직을 다시 받아들인 르코르뉘는 소셜미디어(SNS) X에서 "대통령이 내게 맡긴 임무를 받아들이는 것이 나의 의무"라며 "연말까지 프랑스가 (내년) 예산안을 확보하고 국민들이 겪는 일상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프랑스 국민을 지치게 만드는 이 정치적 위기, 나라의 이미지와 이익에 해로운 불안정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특정 조건에서만 가능할 것"이라며 "최근 논의된 모든 안건은 의회를 거쳐야 하고 의원들은 자신의 책임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르코르뉘 총리는 내년도 긴축 예산안과 내각 개편안 등을 두고 야권과 협상에 나섰으나 이견 조율에 실패했다. 야당은 내각 개편안이 전임 내각과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반발하며 정부 불신임안을 예고했다. 이에 르코르뉘는 지난 6일 임명 27일 만에 사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르코르뉘 총리의 사직서를 수리한 뒤 후임자를 물색한 끝에 다시 르코르뉘를 선택했다.
야권은 르코르뉘 재임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르코르뉘를 재임명한 것은 형편없는 농담"이라며 "미래가 없는 이 연정을 즉각 불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극좌 정당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마틸드 파노 의원은 "이토록 혐오와 분노로 정치를 하려 한 대통령은 없었다"며 "월요일(6일)에 사임한 르코르뉘를 다시 임명하다니 마크롱은 퇴진이라는 피할 수 없는 일을 비참하게 미루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에리크 시오티 전 공화당 대표는 "정부 불신임안을 통과시켜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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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코르뉘는 2022년 출범한 마크롱 2기 행정부의 다섯 번째 총리다. 국방장관을 지낸 그는 지난달 9일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바이루 전 총리는 공공 지출 삭감 노력을 담은 예산안을 제안했다가 야당의 반발에 밀려 의회 신임 투표에서 해임됐다.
프랑스는 재정 악화 우려와 정치적 불확실성을 겪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114%로 유럽연합(EU)이 허용하는 비율인 60%의 2배에 가깝다. EU 회원국 중 그리스, 이탈리아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재정 적자도 지난해 GDP의 5.8%로 유로존 상한선인 3%를 크게 웃돌았다.
마크롱 정부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야권은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년6개월을 넘긴 엘리자베트 보른을 제외한 전 총리들은 모두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퇴진했다. 가브리엘 아탈 전 총리는 사임했고, 미셸 바르니에·프랑수아 바이루 내각은 의회 불신임으로 붕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