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위 전력반도체 기업 원타이, 네덜란드 자회사 '된서리'
네덜란드 "공급망 안정화 조치"… 원타이는 "외부 간섭" 반발

중국 민영기업 원타이커지(이하 원타이)가 인수한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가 현지에서 자산동결 처분을 받았다. 원타이는 이 회사를 인수한 후 5년만에 글로벌 3위 전력반도체 기업으로 끌어올렸지만 된서리를 맞게 됐다. 중국 현지 언론에선 원타이를 블랙리스트 기업 명단에 올린 미국의 결정이 이번 조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있다.
13일 중국 경제매체 디이차이징에 따르면 원타이는 최근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자회사 넥스페리아에 대해 1년간 자산과 지식재산권 등에 대한 일체의 조정을 금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넥스페리아는 원타이가 2018~2020년 단계적으로 200억위안(약 4조원)을 투입해 인수한 네덜란드 전력반도체 기업이다.
원타이를 인수한 후 넥스페리아는 글로벌 전력반도체 시장 점유율 11위에서 3위로 성장했고 보쉬와 지멘스 등 유럽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와 애플, 테슬라를 고객사로 두게 됐다. 넥스페리아 인수를 발판으로 기존 스마트폰, 태블릿 ODM(제조사 개발생산) 중심의 기업에서 관련 산업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도약한 것. 지난해 원타이의 반도체 부문 매출은 147억1500만위안(약 2조9400억원)으로 불어났다.
디이차이징은 넥스페리아가 자산동결 조치를 받은 것을 전후로 경영권 공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넥스페리아의 법무총괄인 루벤 리히텐베르크는 네덜란드 법원에 '회사 조사 및 임시조치'를 긴급 요청했고 법원은 장쉐정 최고경영자(CEO)의 경영권을 정지시켰다. 디이차이징은 이번 조치를 주도한 외국인 경영진 측이 넥스페리아의 지분, 더 나아가 지배권을 이전할 것을 공식 요구한 상태라고 전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번 조치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것이란 입장이지만, 원타이 측은 조치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규제가 과도하기 때문에 정상 운영 중인 기업에 대한 외부 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디이차이징은 이번 제재가 미국의 규제와 무관치 않다고 해석했다. 원타이는 지난해 12월 미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 기업 명단에 올랐다. 이어 올해 9월 미국 상무부의 추가 조치로 인해 원타이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동일한 수출 통제를 적용받게 됐다. 원타이의 네덜란드 자회사인 넥스페리아 역시 미국의 규제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원타이 관계자는 디이차이징에 "이번 사태는 원타이만의 위기가 아니라 국제 비즈니스 규칙의 공정성을 시험하는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기준 원타이의 전체 매출 736억위안(약 14조7200억원) 가운데 529억위안(약 10조6000억원)이 해외 매출이다. 디이차이징은 원타이가 이미 글로벌 기업이 됐지만 이번 위기가 글로벌화의 의미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