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트럼프 핵실험 재개 지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러시아·북한 모두 핵실험을 하고 있다"며 "지구를 150번 이상 날려버릴 만큼의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도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핵실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실험 재개를 촉구하면서 핵경쟁 본격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특히 동북아시아 지역이 핵경쟁의 최전선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핵실험 재개 발언의 배경을 짚어보고 새로운 핵경쟁 시대의 특징과 동북아 지역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실험 재개 발언 배경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의 핵능력 강화가 꼽힌다.
중국은 최근 몇 년 사이 핵탄두 수를 600여 개로 늘렸다. 2030년에는 1000여 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9월 진행한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공중발사탄도미사일(ALBM) 등 '핵 3축' 전력을 공개하며 고도화된 핵능력을 과시했다. 미국(5177개) 보다 많은 5459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러시아는 최근 핵추진 수중어뢰 '포세이돈'과 핵추진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실증 데이터가 부족한 저위력 핵무기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저위력 핵무기는 폭발력 5~7 킬로톤의 소형 핵무기로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투하한 핵폭탄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위력은 낮지만 실전 사용 문턱을 크게 낮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방사능, 낙진 등의 위험은 그대로 지니고 있어 기존 핵무기보다 더 위험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 자체를 선호하고 특히 저위력 핵무기를 실제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 인식한다"며 "그가 직접 저위력 핵무기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핵실험 필요성을 강조할 때 염두에 둔 것은 기존 핵무기보다 저위력 핵무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쇼전쟁승리(전승절) 80돌(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사실을 4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11/2025110616123128019_2.jpg)
미국 외교협회(CFR)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30년 이상 유지돼 온 핵실험 금지 체제를 흔들고 새로운 글로벌 핵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96년 체결돼 187개국 이상이 서명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이 무력화되면 중국과 러시아 등에게 핵실험과 핵무기 증강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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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과거 냉전시기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핵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경쟁은 상호 억제 체제가 작동하면서 '공포의 균형'을 유지했다. 양국은 핵무기 감축을 위해 '전략무기제한협정(SALT)'과 '전략핵무기감축협정(START)'을 체결했고 유엔 산하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 핵확산을 억제하고 감시체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현재 유효한 핵군축 협정은 미국과 러시아 간의 'New START' 하나뿐이다. 이마저도 2026년 초 만료 예정으로 만약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재협상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또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핵보유국임에도 감축협정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핵무기 증강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북한 역시 이미 50여 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NPT 체제에서 탈퇴해 기존 제도나 규범으로는 핵능력 증강을 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냉전기 핵경쟁이 전략핵무기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오늘날 경쟁은 전술·기술 우위 경쟁으로 바뀐 것도 달라진 점이다. 극초음속 미사일, ICBM, SLBM, 핵어뢰, 핵추진 순항미사일 등의 핵능력이 비약적으로 강화됐다.
반 교수는 "냉전기에는 양극체제 하에서 세력 균형이 핵군축 기제를 만들어냈고 이후에는 미국의 압도적 영향력이 핵질서를 통제했다"며 "현재는 제도나 규범 그리고 힘의 균형 모두 작동하지 않아 무질서한 핵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바렌츠해=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15일(현지 시간) 배포한 영상 사진에 러시아군 핵잠수함 한 척이 북극해 일부인 바렌츠해에서 훈련하고 있다. 2025.09.16.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11/2025110616123128019_3.jpg)
동북아는 미국·중국·러시아 3대 핵강국과 북한의 영향력이 동시에 작용하는 지역으로 향후 미국의 핵실험 재개시 핵경쟁의 최전선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중·러와 한·미·일이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 △미·중 패권경쟁 △대만 문제 △남북한 대치 △중·일 영토 분쟁 등 첨예한 갈등들이 핵경쟁의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북·중·러 3국이 모두 핵무기를 보유한 반면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핵의 비대칭 구조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유사시 미국의 확장억제가 실제로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동북아는 전 세계에서 핵무력이 가장 밀집된 지역으로, 북한까지 핵능력을 강화하면서 핵군비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며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억제력을 확보해야 하고 군비 경쟁에는 결국 군비 경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핵잠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개발 등 현실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 교수는 "전략적 핵균형의 관점에서 북한이나 중국이 한계를 넘는다면 한국 역시 핵잠재력 확보가 불가피하다"며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농축우라늄과 재처리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원자력 산업과 연계함으로써 유사시 핵무기 전환이 가능한 전략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