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의 핵심 품목으로 떠오른 반도체의 자립을 꾀하는 일본 정부가 이를 위해 설립한 '라피더스'에 약 11조원의 추가 지원을 결정했다. 누적 지원금액은 약 27조원까지 늘었다. 또한 지원금 외에 직접 지분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며 타사로의 기술 유출을 막는 데 정부가 관여하게 된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지지통신 등 일본언론 보도에 따르면 2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7년까지 라피더스에 1조1800억엔(약 11조1000억원)을 순차적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먼저 경제산업성의 정보처리추진 기구(IPA)를 통해 정부 예산으로 이번 회계연도에 1000억엔(9400억원), 2026회계연도에 1500억엔(1조4000억원) 이상을 각각 출자한다. 이와 별도로 R&D(연구개발) 비용도 지원한다. 2026회계연도 6300억엔(5조9000억원), 2027회계연도 3000억엔을 각각 투입한다. 앞서 일본정부는 라피더스에 1조7000억엔 지원을 결정했는데, 이번 결정으로 누적 지원 규모는 2조9000억엔(27조3000억원)까지 늘어난다.
또한 2027~2028년 기간에는 정부 지원으로 건설된 공장 및 설비를 라피더스 주식과 교환하는 현물 출자도 한다. 닛케이는 이것도 수천억엔(수조원) 규모라고 전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민간 금융기관의 부채 보증 및 공급 안정성 낮은 고수준의 반도체를 다루는 기업에 대한 정부 기관의 출자를 허용하는 법안을 올 상반기에 제출했고, 이는 국회에서 통과돼 8월 시행됐다. 라피더스 지분 투자를 염두에 둔 법안으로,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향후 정부 투자를 받기 위해 사업계획을 제출한 기업은 라피더스뿐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투자를 통해 라피더스의 최대주주에 오르며, 중요 의사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도 보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라피더스의 지분 양도나 타사와의 기술 제휴 등에 앞서 정부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정부의 지분 투자는 반도체 산업 부활에 대한 '진심'을 보여주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전판 역할을 해 민간 투자 확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라피더스 측은 연내 1300억엔 정도의 민간출자를 예상하고, 2031년도까지 누적 1조엔 규모를 목표로 한다. 또 정부 채무보증을 통해 2조엔 이상의 민간대출 확보도 계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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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공급망 대란과 AI(인공지능) 붐이 이어지면서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국은 반도체의 안정적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자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에 대한 보조금을 지분 약 10%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 미국 정부는 기간산업인 철강 분야에서 자국 US스틸이 일본제철에 인수될 때 황금주를 얻기도 했다.
라피더스는 일본정부 주도로 토요타·소니·NTT 등 대기업 8곳이 참여해 2022년 설립됐으며, 2027년 하반기 차세대 반도체인 2나노미터(10억분의1m) 반도체 양산, 2030년께 흑자, 2031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의 첨단 반도체 국산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2나노 양산 성공 이후에는 2~3년 간격으로 차세대(1.4나노, 1.0나노) 제품 양산을 꾀한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기자회견에서 "라피더스는 정부가 추진하는 위기관리 투자의 핵심"이라며 "국익을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국가적 프로젝트로, 계속해서 성공을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