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노림수 ①서반구 패권 ②석유 ③플로리다 표심
"미국 의회도, 국제법도 무시했다"…안팎에서 '경고음'

"미국과 중남미 관계에서 역사상 가장 중대한 결정 중 하나다. 미국이 영향권 내에서 경찰 역할을 다시 수행하게 된 것을 확인시켜 준다."(아메리카스 소사이어티/미주협의회 정책 부회장인 브라이언 윈터)
미국의 마두로 체포 작전은 외교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했던 급작스러운 전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사범 단죄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정작 기자회견에선 "미국의 힘"과 "서반구 지배력", "석유"를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800만 베네수엘라 국민이 해외로 탈출할 정도로 폭력적이었던 독재의 종식을 환영하면서도 미 의회는 물론 국제법 원칙을 무시한 트럼프 행정부의 오만함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새벽 트럼프 행정부의 마두로 체포 작전은 1989년 파나마 침공 이후 미국이 중남미에 직접 개입한 가장 강력한 사례다. 트럼프 행정부가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서반구에 방점을 찍은 후 실행에 옮긴 첫 군사 행동이기도 하다. 트럼프에게 마두로는 단순한 독재정권이 아니라 코앞에서 버티는 반미·반시장 체제의 상징이자 중국과 러시아가 서반구에 만든 전략적 교두보였다. 베네수엘라는 중국으로부터 차관, 러시아로부터 군사와 정보 자원을 받아왔다. 베네수엘라가 트럼프식 최대 압박외교(Maximum Pressure)의 실험대이자 미·중·러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한 전선이 된 이유다.

정권 교체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되고 민생이 안정된다면 베네수엘라가 트럼프 2기 외교의 '완성형 모델'이 될 수 있다. 강력한 제재와 외교 고립, 군사 옵션을 암시한 후 내부의 균열을 유도하면서 정권을 교체한 후 실리를 취하는 식이다. 이 모델이 추후 이란은 물론 서반구 사회주의 축인 쿠바·콜럼비아 등에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마러라고 기자회견에서 콜롬비아와 쿠바를 거론하며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은 이제 미국과 협력하지 않을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외부세력이 서반구에서 우리 국민을 약탈하고 우리를 반구 안으로 밀어 넣거나 밖으로 몰아내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며 중남미에서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도 견제했다.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를 암시하는 발언과 함께 지상군 파병 가능성을 시사하는가 하면, 2000년대 국유화된 베네수엘라의 유전을 찾겠다는 경제적 동기도 직접 드러냈다. 그는 "석유 회사들이 투자할 것이다. 우린 석유를 되찾을 것이고 솔직히 말해 오래 전 되찾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CNN은 이에 대해 "트럼프의 솔직함은 충격적"이라며 "진짜 동기는 현대판 식민주의와 다름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군사작전에서 미군 사망자가 1명도 없고 드라마처럼 순식간에 마두로를 축출해 패권 복원을 과시하는데 일단 성공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베네수엘라와 쿠바 출신의 반공 커뮤니티가 강한 플로리다의 표심을 잡는데도 효과적이다. 마두로 정부의 폭정을 피해 해외로 탈출하는 이민자들이 줄어들면 베네수엘라 인근 국가들의 범죄와 이민 단속 부담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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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AP/뉴시스] 3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국외로 이송했다고 발표한 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6.01.04.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1/2026010413501429891_3.jpg)
그러나 마두로와 전임자 우고 차베스 정권에 의해 국유화된 석유시설을 미국 기업들의 투자로 되살리는데는 수 년이 소요된다. 여기엔 미국의 막대한 안보병력이 필수적이다. 미국이 단번에 철수할 수 있는 작전이 아니다. 베네수엘라에 내전이 일어나거나 마두로를 대체할 새로운 독재자가 등장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에게 아무런 허가나 통보, 설명도 없이 외국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든 트럼프 대통령은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월 CBS 여론조사에선 미국인의 70%가 군사행동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달 로이터/입소스의 조사에서도 미국인 5명 중 1명만 마두로를 축출하기 위해 무력을 쓰는 것을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