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비준 미룬 EU…투자대상 선정하는 日 등 속도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비슷한 조건에서 미국과 합의를 본 EU(유럽연합), 일본 등의 사례가 관심을 모은다. 일본은 무역합의 이후 첫 투자대상 선정에 착수하는 등 상대적으로 발빠르게 움직였다. 유럽연합(EU)은 의회 절차가 지연돼 이르면 2월초 논의를 재개할 전망이다.
한미간 무역합의는 지난해 7월 타결됐으나 국회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인지를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 이견이 있다. 여당은 비준 대신 특별법으로 이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으나 이는 국회 상임위원회에 두 달 째 계류된 상태다. 반면 일본은 상대적으로 일찍 대미 투자에 착수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해 7월 무역협상을 통해 미국이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기존 계획보다 10%포인트(p) 낮은 15%로 정했다.
일본이 약속한 대미 투자 규모는 5500억달러(한화 약 796조원)로 한국보다 크다. 지난해 7월 무역합의 이후 그해 9월 투자와 관련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일본은 별도의 의회 승인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지만 같은 해 12월 실무급 회의를 여는 등 속도감 있게 후속 작업을 추진해왔다. 일본은 정부 금융기관을 동원, 구체적인 투자 방안을 논의해 왔으며 조만간 구체적인 투자 대상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EU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의회 절차가 남았다. EU 입법기구인 유럽의회는 미국과 맺은 무역협정 승인(비준) 절차를 계속 미루고 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위원장은 26일(현지시간)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EU-미국 무역협상 승인에 대한 결정을 미룬다"면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다음달 4일 다시 모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EU는 지난해 7월 EU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30%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미국에 6000억달러(한화 약 869조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EU는 무역협정 비준을 미룬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얻겠다고 나서자 비준을 무기한 연기했었다. 그린란드 갈등이 일단 봉합되며 논의를 재개했지만 이른바 '트럼프 관세'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내부 반발에 따라 비준에 시간이 걸리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신화통신 계열의 SNS 뉴탄친은 "오늘은 한국, 내일은 EU가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달 중순 미국과 무역협상에 합의한 대만도 의회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그럼에도 대미 투자를 위한 신용보증기관을 연내 출범시키기로 하는 등 투자채비에 나섰다. 미국은 대만에 적용하던 관세를 20%에서 15%로 내리고 대만은 미국에 2500억달러(한화 약 362조원)를 직접 투자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대만정부가 2500억달러 규모의 신용보증을 제공해 대만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 미국과 이룬 무역합의에 따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달러(한화 약 507조원)의 대미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해 10월엔 이 가운데 2000억달러(한화 약 289조원) 현금투자에 대한 연간한도를 200억달러(약 29조원)로 정하며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