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계부터 미국 월가, 체육계까지 파문 확산

수십 명의 여성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건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이 또다시 세계 정치경제계를 흔들고 있다. 앞서 유명인사들이 엡스타인과 친분이 드러나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법무부가 추가 공개한 300만쪽 분량 파일에는 그동안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들도 등장했다.
가디언, BBC 등에 따르면 피터 맨델슨 영국 노동당 상원의원은 1일(현지시간) 40년 가까이 몸담은 노동당에 탈당 의사를 밝혔다. 맨델슨 의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속옷 차림으로 얼굴이 가려진 여성 옆에 서 있는 사진이 드러났다. 2003~2004년 세 차례에 걸쳐 엡스타인의 JP모건 계좌에서 맨델슨 의원 측 계좌로 7만5000달러가 입금된 흔적이 발견됐다. 맨델슨 의원이 2009년 12월 엡스타인에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메일을 보낸 내역도 있었다.
맨델슨 의원은 "노동당의 가치와 성공을 위해 내 삶을 바쳤다"며 "관련 조치를 취하는 동안 당에 혼란을 주고싶지 않아 탈당한다"고 밝혔다. 속옷 차림 사진에는 "장소가 어딘지, 여성이 누구였는지,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금전거래 의혹에는 "20년 전 (엡스타인이) 저에게 금전적 대가를 지불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엡스타인에 대한 기록이나 기억이 전혀 없어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메일 관련, BBC는 "맨델슨 의원이 엡스타인의 요청에 따라 영국 정부의 세금 정책을 변경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불씨는 미국으로 옮겨 붙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월가의 대형 투자운용사 아폴로매니지먼트의 마크 로완 CEO(최고경영자)가 엡스타인의 미성년 성착취 범죄가 드러난 2008년 이후로도 엡스타인과 긴밀하게 회사 재정 및 세금 문제를 논의한 흔적이 나왔다. 앞서 아폴로는 공동창업자인 레온 블랙이 엡스타인과 회사 재무정보를 공유하고 자문료 명목으로 1억5000만달러를 송금해 논란에 휩싸였다. 아폴로 측은 블랙이 엡스타인과 회사 재무정보를 공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 재무 계획을 위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멜라니아 트럼프 영부인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멜라니아'의 감독 브랫 래트너도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래트너가 엡스타인과 함께 익명의 여성들을 껴안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래트너는 2017년 '미투' 운동 당시 여배우들을 추행했다는 추문에 휩싸인 적이 있다.
케이시 와서먼 미국 LA올림픽 조직위원장은 23년 전 그가 엡스타인의 연인이자 성착취 범죄 공범이었던 길레인 맥스웰에게 성적인 메시지를 보낸 내역이 드러났다. 와서먼 측은 "맥스웰의 범죄가 드러나기 훨씬 전이긴 하지만 맥스웰과 주고받은 서신에 대해 깊이 후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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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엡스타인 성범죄에 연루돼 이미 '왕자'와 '요크 공작' 칭호를 박탈당한 앤드루 마운트배튼윈저의 사진도 추가 공개됐다. 그가 익명 여성의 몸을 아래에 두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사진이었다. 앤드루는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들이자 찰스 국왕의 동생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앤드루에 대해 의회에 나와 엡스타인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미 법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문건을 공개한 걸로 보인다.
엡스타인은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로, 미성년자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됐으며 2019년 뉴욕의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