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년간 미국 증시 위주로 베팅해 온 월가 투자자들이 유럽, 일본 등으로 자금을 이동하기 시작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이 이미 많이 올랐다는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담에 그동안 저평가된 투자처를 찾아나선 걸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정책 등 대외경제정책 불확실성이 커져 달러가 약세를 보인 것도 자금이동을 부추겼다. 이렇게 빠져나온 자금이 국내증시로 유입될 가능성도 주목된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년간 미국 기업에 투자해 온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 사이에서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큰 수익을 낼 것이란 믿음이 깨지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모닝스타 다이렉트'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은 지난달 해외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에 516억달러(약 75조원)를 투자했다. 2024년 말부터 미국에서 해외 주식형 ETF 순유입액은 매달 급증하고 있다.
모닝스타가 지난해 연기금 등 세계 기관투자자 약 500명에게 조사했더니 유럽과 캐나다 투자자를 중심으로 응답자 40%가 미국 자산 비중을 줄였거나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들이 운용하는 자금은 약 19조달러(약 2경7620조원)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EPFR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투자가가 운용하는 채권형 펀드 가운데 국채·회사채 등 미국 채권 비중은 2021년 말 50%에서 최근 42%까지 낮아졌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앤젤레스인베스트먼트의 마이클 로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10년 (우리의) 포트폴리오 대부분은 미국 내 대형 기술 기업에 집중됐다"며 "지난 1년은 유럽과 중국의 소형주와 가치주에 투자했는데 이는 매우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