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1300억달러(한화 약 190조원) 규모의 관세 환불 절차를 밟으라고 판결했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근거해 관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AP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무역법원 리처드 이튼 판사는 4일(현지시간) 필터 제조업체 애트머스 필트레이션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을 심리한 끝에 이 같이 판결했다. 2000개 이상 기업이 같은 취지의 소송을 낸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유사한 판결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튼 판사는 관련 사건을 모두 자신이 심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책정한 1300억달러는 연방정부가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거둬들인 관세를 집계한 결과다. 대법원 판결로 위법이 된 관세는 1700억달러(한화 약 249조원) 상당이어서 정부의 환급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CIT 판결에 즉각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정에서 정부 측 변호인은 향후 상황을 가정해 '항소가 진행되는 동안 법원 명령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IEEPA에 근거해 관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하면서도 1700억달러의 관세를 낸 기업들이 환급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하급심 판단에 맡겼다. 이에 기업들은 관세를 돌려받기 위해 국제무역법원에 줄줄이 소장을 냈다.
무역 전문 변호사인 래리 프리드먼은 WSJ에 "이번 판결로 정부가 관세를 낸 모든 이들에게 환불하게 됐다"면서 "바라던 판결이지만 실제로 선고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관세 소송전은 수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소송 건수가 많아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직후 "대법원은 판결문을 작성하는 데 몇 달씩 걸렸지만 그 내용(관세 환급)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2년간 소송이 계속될 것이고 5년간 법정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튼 판사는 심리 과정에서 정부 측 변호인이 "관세 환불에 대한 정부 입장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대법원은 이미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히 말해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