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역 내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다. 에너지 외에도 설탕, 비료, 헬륨, 알루미늄 등 주요 물자가 오가는 길이 가로막히면서 글로벌 물류 대란이 우려된다. 특히 곡물 등 일부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는 중동국 사이에선 식량 부족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 운항을 중단하면서 주요 식량 수입이 가로막힌 중동 일부 지역의 상황을 보도했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선박을 불태우겠다고 위협한 데 따른 것이다.
시장분석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지역으로 수입된 약 3000만톤의 곡물 중 약 1400만톤이 이란으로 향했고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이미 살인적인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이란 국민이 식량 가격 인상으로 굶주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실제 이란 당국은 식량난을 염두에 두고 모든 식량 수출을 무기한 금지한 동시에 국민에게 사재기를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케플러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도 곡물과 유지종자(오일시드)의 약 40%를 걸프만 동구 항구를 통해 수입한다. 아랍에미리트(UAE)는 곡물의 약 90%를 호르무즈 해협 인근 두바이의 제벨 알리 항구를 통해 들여온다. 이 항구는 UAE,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카타르 등 최소 4개국의 컨테이너 식품과 부패하기 쉬운 물품을 취급한다. UAE를 물류 경유지로 사용하는 예멘, 수단, 소말리아 등도 식량 부족과 가격 상승에 직면할 수 있다.
크리스티안 헨더슨 네덜란드 라이덴대 중동학·국제관계학 조교수는 "중동 지역에 식량 공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즉각적인 위험 요소가 있다"며 "이들 국가가 수입 식량에 극도로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이란, 카타르 등 걸프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유와 가스를 아시아 등 전세계로 운반하는 에너지 혈맥이다. 또 호르무즈 해협은 유조선 외에도 자동차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등 다양한 화물선이 오가는 핵심 해상 운송로이기도 하다. 알루미늄과 비료 등 중동 지역 산업 제품도 이 항로를 통해 수출된다.
이번 이란의 봉쇄 여파로 중동산 알루미늄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알루미늄 가격도 4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이 밖에 반도체 생산의 필수 소재인 헬륨도 공급난에 처했다. 대부분 헬륨은 천연가스 생산의 부산물인데 이란이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시설인 카타르의 라스라판을 공격하면서 헬륨 공급원이 차단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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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쿠웨이트, UAE 등 산유국들은 잇달아 석유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유조선들의 발이 묶이고 원유 저장시설이 부족해지자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이다.
7일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 쿠웨이트의 석유 감산은 7일 기준 하루 약 10만 배럴로 시작, 8일에는 그 규모가 거의 3배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기준 쿠웨이트는 하루 약 26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7일 UAE의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도 저장 시설 등을 고려해 생산량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몇 주 또는 이르면 며칠 내에 원유 및 연료 저장 시설이 바닥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산유량을 줄인 유전은 원상복구까지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향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더라도 공급 차질이 곧바로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단 우려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