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몸으로 27층 아파트 외벽을 아슬아슬하게 타고 내려오던 89세 할머니가 중국 소방당국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9일(이하 현지시간)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1시42분쯤 백발의 한 할머니가 중국 베이징 스징산구의 한 아파트 외벽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목격됐다.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난간을 붙잡고 있는 할머니를 발견한 경비원과 청소부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할머니에게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구조를 기다리라"고 소리쳤다.

곧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할머니는 계속 외벽을 타고 내려가 아슬아슬한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지친 할머니는 지상 약 50m 높이인 21층 부근에서 멈춰 섰다.
소방 당국은 실외기 난간 위로 올라가 직접 구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해 아파트 내부에서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먼저 할머니에게 안전 로프를 연결한 뒤 실외기 난간 일부를 절단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약 20분간 난간 위에서 휴식을 취한 할머니는 들것에 실려 21층 창문을 통해 무사히 구조됐다. 두려움과 극심한 피로를 호소했지만 다친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동의 주인공은 아파트 27층에 홀로 살던 89세 할머니였다. 그는 휴대전화가 거실에 있는 상황에서 침실에 갇히자 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식과 물도 없고 가족과 연락할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불안에 떨던 할머니는 에어컨 실외기 난간을 타고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할머니는 "1층까지 내려갈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현장에 달려온 가족들은 구조에 나선 소방관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 사연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며 4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누리꾼들은 할머니의 체력과 의지에 놀라움을 나타내며 영화 '슈퍼맨'에 빗대 "슈퍼 할머니"라는 별명을 붙였다. 일부는 508m 높이의 타이베이101 빌딩을 로프나 안전 장비 없이 오른 암벽등반가 알렉스 호놀드를 언급하며 "알렉스 호놀드의 할머니 버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외에 "아무도 할머니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혼자서 1층까지 내려갔을지도 모른다" "89세 할머니의 강한 팔 힘과 악력이 놀랍다" "아파트 건축업체가 나쁜 자재를 사용했다면 할머니는 추락했을 것" 등의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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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이 독거노인의 사회적 단절 문제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방에 갇힌 노인의 절망감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나. 저렇게라도 탈출하지 않았다면 침실에서 굶어 죽었을 수도 있다"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이것은 강인한 할머니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선택지가 없었던 노인의 비극적인 결정이다. 89세 할머니가 '스파이더맨'이 되고 싶었겠나"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