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골수 이식이 만든 기적…5년간 재발 없어 'HIV' 사실상 완치

형 골수 이식이 만든 기적…5년간 재발 없어 'HIV' 사실상 완치

이재윤 기자
2026.04.15 07:56
노르웨이의 한 남성이 형에게 줄기세포를 이식 받아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대한 '사실상 완치' 판정을 받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르웨이의 한 남성이 형에게 줄기세포를 이식 받아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대한 '사실상 완치' 판정을 받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르웨이의 한 남성이 형에게 줄기세포를 이식 받아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대한 '사실상 완치' 판정을 받았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오슬로 환자'로 불린 남성(63세)은 10여년 넘게 HIV를 앓아오다 친형의 골수(줄기세포)를 이식받았다. 이 남성은 지난 2006년부터 HIV를 앓아왔으며, 지난 2017년 골수이형성증후군이라는 치명적인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골수 공여자를 물색했으나 실패했고, 형의 줄기세포가 HIV에 저항성을 지닌 희귀 유전 변이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의료진은 2020년 골수 이식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형이 보유한 이 유전 변이는 HIV가 면역세포를 감염시킬 때 이용하는 수용체를 없애거나 작동하지 못하게 해, 바이러스가 침투할 통로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의료진은 이식이 단순한 암 치료를 넘어 HIV 장기 관해(Long-term remission)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해 경과를 관찰했다. 장기 관해는 치료 후 증상과 병변이 오랜 기간 나타나지 않는 상태를 말하며, 이번 줄기세포 이식 수술 이후 5년에 걸친 추적 관찰 끝에 긍정적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이 남성은 이식 2년 뒤 HIV 치료제를 중단했고, 이후에도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지 않았다. 4년 차 검사에서는 체내에서 기능하는 HIV DNA(유전자정보)가 검출되지 않았으며, 최근 5년 차 추적 검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진은 이 남성이 전 세계적으로 HIV 장기 관해를 달성한 10번째 사례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HIV 감염인은 약 4100만명에 달한다.

공동 저자인 마리우스 트뢰세이드는 라이브사이언스에 "환자는 복권에 두 번 당첨된 것 같은 기분일 것"이라며 "치명적일 수 있는 골수 질환이 치료됐고, HIV에서도 사실상 완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계는 이번 사례를 일반적인 의미의 '완치'로 단정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줄기세포 이식은 면역체계를 사실상 다시 만드는 고위험 치료로, 치명적인 감염이나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남성 역시 이식 후 이식편대숙주병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치료법은 모든 HIV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는 견해도 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사례가 당장 대규모 치료로 이어지기는 어렵더라도, HIV의 작동 원리와 장기 관해를 가능하게 하는 분자적 기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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