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독 미군 추가 감축 시사…이란 전쟁, 유럽 안보·경제 위기로?

트럼프, 주독 미군 추가 감축 시사…이란 전쟁, 유럽 안보·경제 위기로?

정혜인 기자
2026.05.03 14:28

미군 감축 규모, 국방부 발표 '5000명' 이상으로 언급…
"메르츠의 '이란 전쟁' 비판, 미군 감축 발표 시점 앞당겨"…
美 공화당 의원 "푸틴에 잘못된 신호 보낼 위험 존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주먹을 치켜들고 있다.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주먹을 치켜들고 있다.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 감축 방침을 재확인한 데 이어 추가 감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이번 감축 발표는 이란 전쟁 관련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미국 비판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로, 이란 전쟁이 유럽 안보 및 경제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에어포스원 탑승 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독일 주둔 미군을) 대폭 감축할 것"이라며 "5000명보다 훨씬 더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전쟁부(국방부)가 발표한 5000명보다 많은 병력을 독일에서 철수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방부는 전날 "유럽 내 미군의 태세와 현황을 분석한 결과 독일 주둔 미군을 5000명 감축하기로 했다"며 "미군 철수는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완료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독일에서 철수한 병력이 어디로 추가 배치되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독일 주둔 미군은 지난해 12월 기준 약 3만6000명이다.

독일 정부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DPA통신과 인터뷰에서 "유럽, 특히 독일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우리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면서도 "(미국의) 부분적 병력 철수 초지는 이미 예상됐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럽 국가들이 자국의 방위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독일은 군 병력 확충, 군사장비 조달 가속화, 관련 인프라 구축 등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독일 현지 언론은 독일과 유럽이 미국의 감축 발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미국의 이번 결정에 대한 세부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나토 대변인의 발표에 "오래전부터 계획된 결정이라면 이런 대화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국방부는 (병력 감축 발표가 있었던) 1일 전까지 독일 지도부에 병력 철수 발표가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독일 뮌스터의 독일연방군 기지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독일 뮌스터의 독일연방군 기지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메르츠 '굴욕' 비판, 감축 발표 앞당겨"…EU 자동차 관세도 인상

외신은 미국의 이번 감축 발표는 이란 전쟁과 관련 독일 등 유럽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에서 비롯됐고, 독일이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를 무시하고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NYT는 미국과 독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 국방부의 전 세계 미군 배치 재검토 일환으로 독일 주재 미군 축소가 수개월 전부터 논의돼 왔지만, 발표 시점은 메르츠 총리 발언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상당히 앞당겨졌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독일을 비판하는 SNS 게시물을 올리고 미군 철수 위협까지 가했다. 하지만 독일 지도부는 트럼프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는 결국 전략적 오판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달 27일 독일의 한 고등학교 연설에서 미국이 전략도 없이 이란 전쟁을 시작해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메르츠 총리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며 독일 주둔 미군 감축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날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 이란전에 비협조적이나 비판적이 유럽 국가에 주둔한 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경고하며 EU(유럽연합)산 승용차와 트럭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유럽과 미국 모두 이번 감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X에 "대서양 공동체에 가해지는 가장 큰 위협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우리 연합의 붕괴"라며 "우리는 이런 재앙적인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선 공화당 소속 미 상원 군사위원장 로저 위커 의원과 하원 군사위원장 마이크 로저스 의원이 공동 성명을 통해 "유럽 내 미국 전방 배치 권력이 완전히 확충되기 전에 성급하게 병력을 줄이는 것은 억지력을 약화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위험이 있다"며 "(이번 감축 결정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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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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