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테크]

"국산화는 단순히 칩 하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칩과 핵심 부품, 인프라, 응용 분야까지 중국의 혁신 역량이 산업 전반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다."
지난 18일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기간 상하이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센스타임 AI 포럼. 양판 센스타임 공동창업자 겸 AI인프라사업부문 사장은 중국의 독자 AI 생태계 구축 프로젝트인 '은하계획' 발족을 선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은하계획에는 △AI칩 기업 화웨이·캠브리콘·무어스레드·메타X △데이터센터 연산 기업 하이곤 △광컴퓨팅 기업 희즈커지 △AI 추론 플랫폼 실리콘플로우 등 중국 AI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참여한다. AI칩부터 서버, 컴퓨팅 인프라, 클라우드, AI 모델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해 중국판 AI 연합군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구상의 구심점은 센스타임이다. 서로 다른 중국산 칩을 하나의 거대한 AI 컴퓨팅 인프라로 묶어 실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일종의 총괄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중국에선 하나의 AI 서비스를 돌릴 때 화웨이 칩, 캠브리콘 칩 등이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갖고 있어 그대로는 효율적인 통합 운영이 어려운 상태다. 이를 센스코어가 개발한 AI 슈퍼컴퓨팅 플랫폼 '센스코어'를 거쳐 통합한다. 어떤 중국산 칩을 쓰든 AI 토큰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

이는 엔비디아 생태계를 탈피해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그동안 서방에선 중국의 독자 AI 생태계 구축이 어려운 이유로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을 중국에서 사용할 수 없는 환경, 여기에 AI 학습·추론·고성능 연산을 효율적으로 수행토록 만든 엔비디아 플랫폼 'CUDA'를 꼽았다.
유럽 싱크탱크 메릭스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대부분의 AI 모델은 CUDA 기반이어서 다른 칩으로 전환하는 비용이 매우 크다"며 "화웨이 등의 자체 플랫폼은 아직 CUDA만큼 성숙하지 못했고 사용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의 CUDA가 엔비디아 칩을 AI 연산에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라면 센스타임은 은하계획을 통해 여러 중국산 칩을 한데 묶어 AI 토큰을 생산하는 중국판 범용 CUDA이자 AI 컴퓨팅 생태계를 만들려는 셈이다.
센스타임은 칩을 생산하지 않는 AI 알고리즘·모델·컴퓨팅 인프라 종합 회사인 만큼 은하계획의 구심점이 될 수 있었다. 화웨이가 이 프로젝트를 주도할 경우 캠브리콘, 무어스레드 등 다른 칩 생태계는 명맥이 끊길 수 있다. 다양한 AI 칩의 개발에 탄력이 붙는 중국에서 여러 칩을 중립적 위치에서 묶는 총괄 플랫폼이 필요하단 공감대가 형성됐고 센스타임이 실제 프로젝트를 가동시킨 셈이다.
센스타임은 2014년 홍콩중문대 교수 탕샤오우와 쉬리, 양판 등이 공동 창업한 AI 기업이다. 창업 초기에는 안면인식과 영상인식 기술을 앞세워 중국 AI '4대 용'으로 불리며 급성장했다. 공공안전과 스마트시티, 금융 산업 등에 안면인식 솔루션을 공급하며 중국 컴퓨터 비전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생성형 AI 시대가 열리면서 센스타임은 사업의 무게중심을 AI 모델과 컴퓨팅 인프라로 옮기기 시작했다.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센스노바'를 개발하는 동시에 2021년부터 상하이 린강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며 AI 슈퍼컴퓨팅 플랫폼 '센스코어' 개발에 착수했다.
독자들의 PICK!
센스코어는 서로 다른 제조사의 AI칩과 서버를 하나의 컴퓨팅 자원처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작업을 각 칩의 성능과 특성에 맞게 자동으로 분산 배치해 대규모 AI 컴퓨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로 엔비디아 칩 확보가 어려워지자 센스타임은 화웨이, 캠브리콘, 무어스레드 등 중국산 AI칩까지 지원하도록 플랫폼을 확장했다. 은하계획은 이 같은 센스코어 진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양판 사장은 "센스타임은 기초 물리환경부터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협업, 연산과 전력의 협업까지 아우르는 역량을 바탕으로 중국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보다 빠르게 규모화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 구조를 완성할 것"이라며 "중국산 컴퓨팅 자원의 잠재 가치를 실질적으로 끌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