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투자자가 왜 미국서 한국기업의 ADR을 사느냐."
지난달 미국 증시에서 한국인 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레버리지 상품과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에 투자금이 몰린 것으로 파악됐다. 외신은 "완전히 미쳤다(Absolutely crazy)"는 표현까지 쓰면서 버블 전조 신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17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은 "한국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조정을 위해 미국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며 7월에 45억달러(약 6조 3000억원) 규모의 미국 주식을 순매수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중 약 8억 4000만달러가 SK하이닉스 ADR에 투자됐다. CNBC는 "한국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매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 ADR은 순매수 규모 2위를 기록했다"고 짚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1,662,000원 ▲17,000 +1.03%) ADR은 한국 본주보다 오히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가격차는 과잉투자의 신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웬 라몬트 아카디안 자산운용 수석 부사장은 "SK하이닉스 ADR과 한국 본주와의 차이가 최근 약 10%까지 벌어졌다"며 "미국 주식은 한국 주식보다 변동성도 더 크다"고 말했다.
라몬트 부사장은 "이는 거품의 징후"라며 닷컴 버블 당시 대만과 인도 기업들에서 나타났던 유사한 가격 왜곡 현상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국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 ADR을 매입하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한국 투자자가 미국에서 한국 기업의 미국 예탁증권(ADR)을 살 이유는 없다"고 짚었다.
한편 지난달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몰린 미국 주식 10개 중 4개는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가장 인기 있는 ETF는 반도체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스 ETF(SOXL)였다. 나스닥100지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 나스닥100 지수의 하루 등락률을 2배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프로쉐어즈 울트라 QQQ(QLD)는 각각 4위, 6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매수세는 투자 종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AI 및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면서 시장만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7월 한국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국내 주식은 대거 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 증시의 마진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약 37조원(260억달러)이었으나, 이달 초 27조원으로 급락하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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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울 레이리안트 글로벌 어드바이저 리서치 책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증시에서 무엇을 사고 있는지 살펴보면, 대부분 현지 시장에서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는 AI 하드웨어 관련 주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미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미국 증시는 거액을 움직이는 전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들이 주도한다. 한국에서 유입되는 자금 규모가 크더라도 전체 미국시장 거래량에 비하면 적기 때문이다. 다만 인공지능(AI) 종목과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가 몰린 만큼 일부 종목에서 변동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
라몬트 부사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개별 종목과 시장 특정 부문에서 왜곡 가능성이 더 크다"며 "한국, 홍콩, 미국 전역에 확산된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가중시키고 시장 변동폭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