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어떻게든 北이 대가 치르게 하려 했을 수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 정부와 약속을 깨고 북한 포로 송환 사실을 공개한 것은 김정은 정권을 겨냥한 심리전일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CSIS) 소속 빅터 차 한국석좌는 15일(현지시간) 진행된 온라인 토론회에서 "북한 포로들을 한국으로 보내는 것이 북한이 가장 뼈아파할 조치임을 알고 이를 의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 전장 판도 뒤바꾼 북한군…"포로 송환으로 대가 치르도록"
차 석좌는 "2024년 말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처음 시작됐을 때만 해도 '러시아가 얼마나 급하면 북한군까지 데려가 쓰겠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상황은 극적으로 변화했다"며 "이제 북한군 병사들은 드론(을 사용하는) 전장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고 수많은 탄약과 미사일을 러시아에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이뤄낸 변화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으로 하여금 어떻게든 대가를 치르게 하려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엠마 챈릿 에이버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치·안보국장은 송환된 북한 포로들은 일반인이 아니라 군인인 점을 주목했다. 그는 "(군인은 김정은 정권의) 영웅적 서사의 일부이기 때문에 (포로 송환은) 아주 민감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 포로 송환이 알려질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굴욕감을 느낄 것임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당 창건 기념일(10일) 81주년을 맞아 제2경제위원회의 국방혁명박물관 개관식이 지난 11일 열렸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1616181855356_2.jpg)
"젤렌스키, '포로 송환 비밀 합의' 몰랐을 수도"
차 석좌는 젤렌스키 대통령 발언이 단순한 착각에서 나온 실언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차 석좌는 "(토론자) 모두 정부에서 일해봐서 알겠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당국자들은 알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포로 송환 비공개 합의를) 몰랐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에이버리 국장도 "이번 사건을 '오해'로 규정한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견해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며 공감을 표시헀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 발언 직후 북한 포로 송환 사실을 비밀에 부치기로 한국과 합의했는지 여부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 간에도 이견이 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3일 유엔(UN·국제연합) 총회에서 북한포로 2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공개했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이 사실을 비공개하기로 한 합의를 깼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유감을 표시했다.
"한국 대러시아 전략 차질…우크라 인도적 지원은 계속할 듯"
차 석좌는 "한국이 분노한 이유는 한국의 대러시아 전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흑해를 통한 원유 수송로를 확보하고 러시아 내 사업을 재개하는 것이 한국의 외교 목표 중 하나인데, 젤렌스키 대통령 발언으로 인한 북한 반발 때문에 목표 달성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취지다.
시드니 사일러 CSIS 선임고문은 향후 한국과 우크라이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인도적 지원은 계속 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의 반발 가능성 때문에 살상 무기나 관련 전력을 제공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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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 외무장관은 이번 사건은 외교상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종결된 사안"이라고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발언했다. 이는 한국 정부의 사과 요구를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