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주요 변수로 떠오른 복음주의 개신교

브라질 대선 주요 변수로 떠오른 복음주의 개신교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2026.10.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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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브라질 대선과 복음주의 개신교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고이아니아=AP/뉴시스] 브라질 야권 대선 후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6일(현지 시간) 브라질 고이아니아에서 결선 선거운동 출정식을 열고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지난 4일 치러진 대선 투표 결과 보우소나루 후보가 재선을 노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근소하게 앞섰지만, 과반 득표자가 없어서 오는 25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2026.10.07. /사진=민경찬
[고이아니아=AP/뉴시스] 브라질 야권 대선 후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6일(현지 시간) 브라질 고이아니아에서 결선 선거운동 출정식을 열고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지난 4일 치러진 대선 투표 결과 보우소나루 후보가 재선을 노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근소하게 앞섰지만, 과반 득표자가 없어서 오는 25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2026.10.07. /사진=민경찬

오는 25일 결선투표 앞둔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복음주의 개신교가 핵심 변수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는 복음주의 진영의 강한 지지를 받은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가 현직 대통령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후보를 앞섰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브라질에서 복음주의 개신교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진 배경과 향후 대통령 결선투표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브라질, 가톨릭 쇠퇴하고 복음주의 개신교 영향력 확대

브라질은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지만, 갈수록 개신교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브라질 국립통계원(IBGE)에 따르면 2000년 기준 전체 인구 중 가톨릭 신자는 73.6%, 개신교는 15.4%였다. 2022년에는 가톨릭 비중이 56.7%로 줄어든 반면 개신교는 26.9%로 늘었다. 특히 10~19세의 젊은 층에서 개신교 비중은 30.2%에 달했다.

복음주의 교회 숫자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상파울루대 도시연구센터(CEM) 분석에 따르면 개신교 교회는 1990년 1만 7033개에서 2019년 10만 9560개로 약 30년 만에 6배 이상 많아졌다. 별도 기준으로 집계한 브라질 응용경제연구소(IPEA) 조사에서도 2021년 기준 전체 등록 종교시설 가운데 복음주의 계열 교회는 약 70%를 차지했다.

브라질에서 복음주의 교회가 급성장한 것은 사회∙경제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990년대 이후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농촌 인구가 대거 도시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가톨릭 지역 공동체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공공서비스와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도시 주변부에 정착했다. 높은 사회적 불평등과 부족한 복지 인프라 속에서 빈민 구제와 선교를 앞세운 복음주의 교회가 도시 빈민층 사이에서 빠르게 확장했다.

조직 구조면에서도 복음주의 개신교는 확장에 상대적으로 유리했다. 가톨릭 교회는 교구 설립에 따른 지역 조정과 사제 배치 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복음주의 교회는 여러 교단과 분파들이 지역 구분 없이 소규모 교회를 세울 수 있어 도시 주변부까지 빠르게 확산할 수 있었다. 여기에 번영신학을 바탕으로 현세의 성공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경제적으로 취약한 도시 노동계층에 강한 호소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정호윤 국립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최근 복음주의 교회의 확산은 중남미 지역의 공통된 현상으로 브라질에서 현재와 같은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앞으로 10~20년 안에 가톨릭 신자 수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며 "전통 종교인 가톨릭이 빈민층에 충분히 다가가지 못한 반면, 개신교는 전도 과정에서 빈민 구제와 지역사회 지원에 적극 나서면서 빠르게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파울루 로이터=뉴스1) 김범수 수습기자 = 7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집회에서 자유당(PL) 대선 후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의 지지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풍선 인형을 들고 있다. 2026.9.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상파울루 로이터=뉴스1) 김범수 수습기자
(상파울루 로이터=뉴스1) 김범수 수습기자 = 7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집회에서 자유당(PL) 대선 후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의 지지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풍선 인형을 들고 있다. 2026.9.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상파울루 로이터=뉴스1) 김범수 수습기자

복음주의 개신교와 보수 우파 정치 세력의 연대

복음주의 교회가 브라질 우파 정치세력의 지지 기반으로 부상한 것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정치 전략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자이르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 출마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의 부친으로,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군인 출신인 자이르 전 대통령은 원래 안보와 치안, 군부독재 옹호 등을 주요 정치 의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전통적 가족, 낙태 반대, 성소수자(LGBT)·젠더 정책 비판과 함께 반좌파·반노동자당(PT) 정서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치안·질서' 중심 정치 브랜드에 보수적인 사회·문화 의제를 결합한 것이다. 당시 낙태와 LGBT·젠더 문제는 브라질 사회의 좌우를 가르는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고, 자이르 전 대통령은 진보적 사회정책에 반감을 가진 복음주의 신자들의 지지를 끌어 모을 수 있었다.

자이르 전 대통령은 복음주의 교회와의 정치적 연대 구축에도 적극적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당시 복음주의 목사이자 정치인이었던 파스토르 에베라우두에게 이스라엘 요르단강에서 공개 세례를 받은 일이다. 이후에도 자신을 가톨릭 신자라고 밝혔지만, 복음주의 목회자와 교단 지도자들과의 정치적 관계를 꾸준히 강화했다. 150여 개 지역 교회를 둔 대형 교단의 실라스 말라파이아 목사도 자이르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선거운동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연대는 2019년 자이르 전 대통령 집권 이후 제도권으로 확대됐다. 복음주의 정치인들은 의회 내 의원연맹을 중심으로 세력을 키웠고, 관련 인사들도 정부 요직에 진출했다. 대표적으로 장로교 목사 출신 안드레 멘돈사는 법무장관을 거쳐 2021년 연방대법원(STF) 대법관에 임명됐다. 이처럼 복음주의 세력은 의회와 행정부, 사법부 전반에서 영향력을 넓히며 자이르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하상섭 국립외교원 교수는 "복음주의 세력은 낙태, 젠더, LGBT 문제 등 사회적 쟁점에 대해 전통 가톨릭에 비해 선명한 입장을 취하면서 보수 유권자층을 흡수할 수 있었다"며 "민주화 이후 진보적 사회운동이 관련 의제를 적극 제기하자 이에 반발한 보수세력들이 복음주의라는 깃발 아래 결집했고 이들이 자이르 전 대통령의 절대적 지지층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리우데자네이루=AP/뉴시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자와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야권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4일(현지 시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대통령 선거 개표를 지켜보며 반응하고 있다. 대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의 후보자가 25일로 예정된 결선 투표를 치른다. 2026.10.05. /사진=민경찬
[리우데자네이루=AP/뉴시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자와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야권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4일(현지 시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대통령 선거 개표를 지켜보며 반응하고 있다. 대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의 후보자가 25일로 예정된 결선 투표를 치른다. 2026.10.05. /사진=민경찬

복음주의 정치 인프라를 승계한 플라비우, 결선에서 유리한 입지

2026년 대선에서 복음주의 개신교의 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두드러진 모습이다.

무엇보다 플라비우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자신이 복음주의자라는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는 2022년 복음주의 신앙으로 본격적으로 회심했다고 밝혔고, 2024년에는 부인 페르난다와 함께 복음주의 교회인 '코무니다지 다스 나송이스'에서 세례를 받았다. 올해 초 그는 대선을 앞두고 이스라엘 요르단강을 찾아 다시 세례 의식을 치르기도 했다. 가톨릭 신자임을 유지했던 부친과 달리 복음주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반복해서 세례를 받은 것은 복음주의 유권자층을 겨냥한 정치적 행보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 1차 투표 결과에서도 복음주의 개신교의 영향력이 확인된다. 브라질 온라인 매체인 UOL의 분석에 따르면 복음주의 인구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지역에서 플라비우는 약 52%를 지지를 얻었다. 이는 자이르 전 대통령이 2022년에 같은 지역에서 기록한 48.8%보다 높은 수치다. 반대로 복음주의 비중이 낮은 지역에선 플라비우 득표율이 35.3%에 그친 반면, 룰라 대통령은 58.8%를 얻었다.

이 같은 경향은 최근 실시된 결선투표 여론조사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10월 9일 발표된 아틀라스∙블룸버그의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복음주의 유권자의 72.7%가 플라비우를, 23.5%가 룰라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가톨릭 유권자층에서는 룰라 49.0%, 플라비우 48.7%로 차이가 없었다. 복음주의 교회의 표심이 결선투표에서 주요 변수로 거론되는 이유다.

1차 투표에서 탈락한 보수 성향 후보들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3위를 차지한 아우구스투 쿠리와 5위인 호나우두 카이아두 후보는 합계 약 605만 표를 얻었고, 결선 투표에서 플라비우 지지를 선언했다. 이는 1차 투표에서 플라비우와 룰라 후보의 격차였던 222만 표의 약 3배에 달하는 숫자다. 특히 두 후보 역시 복음주의 교회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낙태 등 사회적 쟁점에 있어서도 보수적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들의 지지는 플라비우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거란 평가다.

복음주의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운 또 다른 요인은 미디어 네트워크다. 말라파이아 목사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대표적인 종교 인플루언서다. 대형 교단들도 자체 방송망을 적극 활용한다. 일례로 하나님의 왕국 세계교회는 64개가 넘는 라디오 방송국이 참여하는 '헤지 알렐루이아'를 운영하며,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도 2025년 기준 560만 명에 달한다. 복음주의 교회는 라디오와 TV, 스트리밍, SNS를 통해 보수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플라비우 후보에 대한 지지 여론을 결집시키고 있다.

하 교수는 "브라질의 복음주의 개신교와 우파 정치권은 좌파에 비해 SNS와 미디어 활용에 적극적이고 이를 통해 보수적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며 "최근 브라질 사회에서 치안 안정과 질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보수화된 복음주의 개신교의 영향력이 선거 국면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한 가운데 복음주의 세력의 확실한 지지는 결선 투표에서 플라비우 후보에게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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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김상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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