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걸프 각국에 미국의 안전보장에 의존하지 말고 자주국방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톰 배럭 주 튀르키예 미국대사 겸 시리아·이라크 특사는 20일(현지 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안보포럼에서 "수십년간 국제안보의 토대였던 합의들이 중대 변화를 겪고 있으며 중동을 비롯한 각국은 역내 협력을 통해 자국 안보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80년간 세계 안보보장을 맡아온 미국은 더 이상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며 "이는 포기가 아닌 기존의 관계를 재조정하자는 메시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배럭 특사는 중동 산유국이 석유를 미국 달러화로만 판매하는 대신 미국이 중동 안보를 보장하는 '페트로 달러' 체제에 대해 더 이상 워싱턴의 필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그는 미국인들은 중동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걸프 국가들도 미국이 자신들의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 튀르키예가 지난 8월 체결한 집단안보 체제인 '메카 공동방위협정'에 대해 "규모가 작고 다변화된 동맹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역내 움직임은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페트로달러 질서변화 인정…'메카 협정' 긍정적
그러면서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전쟁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며 중동을 루빅 큐브에 비유해 한 번의 움직임으로 전체 그림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 있으며 미국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라크, 리비아, 아프가니스탄을 예로 들며 "우리가 개입해서 인물이나 정권을 바꾸려 할 때마다 항상 실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WSJ은 걸프 국가들이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놓고 뒷수습을 걸프국들에 떠넘길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걸프 국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란 공격을 만류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했고, 이란과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간 이어지다 최근에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한 공습을 벌이며 역내 긴장이 한층 고조됐다.
다만 미국 일각에서는 여전히 걸프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안보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다수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동특사를 지낸 바버라 리프는 같은 날 "동맹국들이 이미 미국의 보호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미국 철수에는 한계가 있다"고 짚으며 "아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이러한 지역 파트너들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가장 적합한 방식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들에게는 미국과 같은 강력한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