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 투자 구조에 기댄 AI 업계…한쪽서 자금줄 막히면 업계 전체로 위험 확산 가능성

AI(인공지능) 기업들이 쌓아올린 천문학적인 부채가 내년부터 만기를 맞는다고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경고했다. 투자를 정당화할 만큼의 이익을 내지 못한 회사는 자금조달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이에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무디스 "내년부터 AI 부채 만기, 차환 능력 시험"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전날 공개한 분석에서 "AI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건립을 넘어 반도체와 그래픽처리장치(GPU), 텐서처리장치(TPU)까지 확대됐다"며 "미국 5대 하이퍼스케일러와 코어위브의 자본지출(CAPEX)이 내년까지 1조달러(1332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2027년부터 일부 AI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2027년부터 2029년 사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로 인해 재정적으로 취약한 기업들은 차환 가능성을 시험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AI 기업들, 장밋빛 약속 내놓으며 빚 잔치
AI 기업들은 그동안 AI 컴퓨팅 수요가 상상 이상이라면서 데이터센터 건립과 AI 칩셋 확보를 위한 자본지출을 대폭 확대했다. IPO(기업공개)를 앞둔 앤트로픽은 최소 2045년까지 컴퓨팅 파워 확보를 위한 CAPEX를 계속 집행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5년 간 브로드컴의 데이터센터 장비를 임대하는 조건으로 1252억달러(166조원)를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2045년까지 훨씬 높은 액수를 CAPEX로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2026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도 CAPEX 규모를 더욱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MS는 올해 CAPEX 집행 규모를 1700억달러로 예상하고 있으며 다음 회계연도에 집행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파벳은 올해 CAPEX 규모를 1950억~2050억달러(259조~273조원)로 예상하면서 "내년에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은 늘어날듯
알파벳의 경우 2026회계연도 3분기 말 기준 만기 1년 이상 비유동부채 액수가 1251억달러(166조원)로 전년 동기(465억4700만달러)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현금흐름을 보면 올해 9월까지 유형자산 취득 목적의 현금 지출액이 1319억5300만달러(175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었다. 현금 상당 부분은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
알파벳은 같은 기간 채권 발행을 통한 현금조달액이 852억2200만달러(113조원)로 전년 동기(380억200만달러)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부채가 많아지면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향후 기업 당기손익은 상대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독자들의 PICK
지금 4,477명 읽는 중
재무 위험이 높아지면 AI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은 따라서 올라간다. 앤트로픽은 지난 2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해 공개한 투자설명서에서 브로드컴 등 장비 공급 기업에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약정을 공개했다. 앤트로픽이 매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전환사채 이자율을 기본 9%에서 13%로 인상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앤트로픽이 CAPEX를 감당할 만큼의 매출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느냐는 우려가 반영된 거래 조건이다.
자본 유치 경쟁에 신난 월가…"돈이 어디서 나서" 우려도
AI 기업들의 자금 조달 경쟁 속에서 월가는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블룸버그는 골드만삭스가 메타의 950억달러(126조원) 자금 조달, 스페이스X의 400억달러(53조원) 규모 엔비디아 장비 구매, 앤트로픽 IPO 주관 등 금융 계약을 통해 최소 수천만달러의 수수료를 챙겼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월가 상위 5개 투자은행이 올해 9월까지 수수료로 190억달러(25조원) 수익을 올렸다면서 "AI 기업들의 자금 유치 경쟁 덕분에 투자은행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솔직히 말해서 자금이 어떻게 나온다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재스 카이라 블랙스톤 글로벌 책임이 발언을 전했다. 어느 순간 자금줄이 막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주요 AI 기업들은 서로 투자를 주고받는 순환식 투자 구조에 의존한다. 한 쪽에서 자금 조달이 막힐 경우 업계 전체 위험으로 불거질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