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성난 민심, 투표소 오픈런...'2.5조 실시간 베팅' 민심 잣대

고물가에 성난 민심, 투표소 오픈런...'2.5조 실시간 베팅' 민심 잣대

뉴욕=심재현 특파원
입력 2026.11.04 14:47 드롭다운 아이콘 수정 2026.11.0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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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간선거]

/로이터=뉴스1
/로이터=뉴스1

3일(현지시간) 오전 9시 미국 뉴욕시 맨해튼 공공도서관. 이곳에 설치된 중간선거 투표소 앞에 유권자들의 대기 행렬이 줄을 이었다. 출근길에 한 표를 행사하려는 직장인부터 아이 손을 잡고 나온 부모, 커피컵을 든 노년층까지 유권자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투표소 인근 커피매장의 직원은 "투표소가 문을 열자마자 새벽 6시부터 투표를 하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며 "대선 때보다 투표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6000만 사전투표…당일 현장까지 열기

이번 선거는 투표 당일 전부터 역사적인 표심 집결을 예고했다. 플로리다대 선거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선거 당일 전까지 사전 현장투표와 우편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600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중간선거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우세했던 텍사스, 캔자스 등에서도 일반적으로 민주당 참여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사전투표 규모가 늘면서 정치권의 관심을 모았다.

사전투표 급증에도 불구하고 선거 당일 현장의 열기는 시들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유권자는 "의회 다수당 주도권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향후 국정 방향과 생활비 문제가 직결된다"며 "단 한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생각에 출근길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19억달러 판돈 쏠린 예측시장…실시간 자금이 쫓은 민심 궤적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향하는 동안 금융시장과 연결된 정치 예측시장 플랫폼은 역사상 가장 뜨겁게 요동쳤다. 칼시와 폴리마켓 등에 몰린 중간선거 관련 거래액이 19억달러(약 2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2022년 중간선거 당시 두 플랫폼의 월간 합산 거래액이 400만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4년 만에 거래 규모가 수백배 이상 폭발적으로 팽창한 셈이다.

베팅 참여자들은 상·하원 다수당 구도나 주지사 선거 결과 같은 굵직한 정국 향방뿐 아니라 특정 후보가 연설에서 어떤 단어를 언급할지 같은 세부적인 사안까지 7000개가 넘는 개별 거래 계약에 돈을 걸었다.

선거 당일 예측시장에서 형성된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탈환 확률은 약 94%, 상원 탈환 확률은 약 77%로 나타났다. 미국 언론들이 방송과 뉴스 화면에 예측시장 플랫폼 배당률을 실시간 지표로 반영하면서 이번 중간선거는 여론조사를 넘어 '실시간 판돈'이 민심의 궤적을 다층적으로 추적하는 이색적인 정경을 연출했다.

영국 일간 더 가디언은 "예측시장 플랫폼에서 돈을 거는 트레이더들이 사실상 새로운 정치 평론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실시간 승률 변화가 기존 여론조사 평균치보다 더 빠르게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현상을 지적했다.

하버드대 예측모델도 민주당 싹쓸이 예상

학술 통계 모델과 여론조사 기관들의 판세 분석도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하버드대 데이터과학연구소의 게리 킹 교수 연구팀이 공개한 선거 예측 모델은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탈환할 확률을 96%(예상 의석수 239~242석), 상원 다수당 확보 확률을 78%(예상 52석 대 공화당 48석)로 예상했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이 같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설명하며 "공화당이 하원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20면체 주사위를 굴려 단 한 번에 '20'이 나올 확률(5%)과 같다"고 밝혔다. 상원 접전지 7곳 중에선 텍사스, 오하이오, 캔자스, 알래스카는 민주당이 우세하고 사우스캐롤라이나, 네브래스카는 공화당이 우세한 것으로 봤다. 아이오와는 접전 상황으로 분류했다.

"75%가 국정 방향에 불만"… 초반 출구조사 속 민심의 경고

주요 방송사를 통해 공개되기 시작한 초반 출구조사와 기초 유권자 지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민심의 깊은 불안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의 국정 방향에 대해 "불만족스럽거나 분노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권자들이 중간투표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핵심 사안으로는 '경제 및 고물가'가 꼽혔고 민주주의가 뒤를 이었다. 정치분석 전문가 에밀리 워커 박사는 "이번 선거는 정당 간 대결을 넘어 유권자들이 고물가와 삶의 팍팍함 속에서 체감한 실질적 경제 불만이 투표소 표심으로 분출된 선거"라며 "출구조사에서 나타난 75%의 불만족 수치는 향후 의회 주도권의 거대한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강력한 신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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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DC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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