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지방정부·업체 일방적 추진에 반감, 오염·소음에 전기요금 상승 등 문제
올해 상반기에만 약 271조원 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영향받아
빅테크 기업들 "에너지 비용 부담하겠다"며 회유 나서

해안을 따라 차를 몰고 갔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농지였던 곳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창문도 없는 고층 건물들은 축구장 길이만큼 길게 늘어섰다. 건물 꼭대기 냉각 팬은 24시간 윙윙거리며 돌았다. 옥수수밭 위로 대형 크레인이 솟았고 큰 트럭들은 교통 체증을 유발했다. 데이터센터 근처 도로엔 "집 팝니다"라고 쓰인 표지판이 수도 없이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묘사한 오하이오주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광경이다. 해당 주 상원 의석은 지난 3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셰로드 브라운 후보가 차지했다. 부지사 시절 데이터센터 확장을 주장하던 공화당 존 허스테드 후보는 낙선했다. 브라운 후보 주요 공약 중 하나는 데이터센터 개발 규제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며 데이터센터 규제가 강화되고 확장이 둔화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CNBC에 따르면 이날 기술주 중심으로 매도가 쏟아지며 나스닥종합지수가 1421.516포인트(5.52%) 급락해 2만4314.997에 거래를 마쳤다.
민주당이 나설 강한 데이터센터 규제엔 분노 여론이 깊이 반영돼 있다. 미국 갤럽이 지난 5월 조사한 결과 미국 성인의 71%가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걸 반대한다고 답했다. '매우 반대'한다고 답한 비율이 48%에 달했다. 찬성 의견은 27%에 그쳤다.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추진…소음·오염에 전기요금 부담까지

미국인들은 갖가지 불편을 이유로 주거지 근처 데이터센터 건설을 비판한다. 특히 사업 규모와 환경 영향을 무시하고 지방정부와 개발업체가 밀어붙이는 것에 불만과 불신이 크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주 주민 카일 슈미트는 집 근처에 건설 중인 구글의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반대하고 있다. 그는 숲이 대부분인 깨끗한 땅에 뭐가 건설되는지 모르고 있었다. 이에 대해 주민들에겐 아무런 정보도 제공되지 않았다. 슈미트는 "작년에 이사한 꿈 같은 집인데 식수 부족 등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북동부 포코노 산맥 인근 계곡엔 인구 7000명의 작은 마을 아치볼드가 있다. 이곳 주민인 팀 바착은 매일 저녁 뒷마당을 내다보며 집 주변을 둘러싼 자작나무, 단풍나무 숲에서 야생 동물들이 나오는 걸 봤다. 그러다 지난달 바착은 전기톱 소리에 돌연 잠에서 깼다. 인부들이 약 22만평에 달하는 숲의 나무들을 베어내고 있었다. 그 자리에 들어오는 건 거대 데이터 센터였다.
이 마을엔 월마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51개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최종적으론 마을 면적의 14%를 차지한다. 개발업체들은 사업 추진을 강행하며 마을 주민들에겐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 이에 갈등이 크게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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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 서버 냉각 과정에서 대량의 물 소비, 소음과 대기오염, 자연환경 훼손 등도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페어리 디킨슨 대학교 여론조사 기관의 댄 카시노 소장은 WP에 "누구도 문제가 이리 빠르게 나타날 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AI 인프라 연합 "데이터센터 에너지 비용 기업이 부담"

주민 반발은 실제 데이터센터 확장에 큰 타격이 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미국 전역 1000개 이상 지역에서 AI 인프라 구축에 대해 유예하거나 멈추려는 시도가 있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제한 정책과 시위로 총 100개 이상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약 2000억달러 규모)가 악영향을 받았다.
이에 빅테크 포함 AI 기업들은 주민들을 설득하려 회유책을 쓰고 있다.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지원을 받는 AI 인프라 연합은 지난 9월 공약을 발표했다. 기업이 데이터센터 운영 에너지 비용을 부담하고, 학교와 병원 같은 공공기관에 자금을 지원한단 거였다.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지역 인력 채용을 늘리겠다고도 했다.
WSJ에 따르면 아마존도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지역 사회 지원 방안을 내놨다. 아마존은 향후 5년간 지역 사회에 10억달러 이상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교육과 직업 훈련, 수자원 보존과 지역 사업에 먼저 쓰일 전망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지난 1월 "데이터센터 개발업체와 지역사회가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기업의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주민, 지방정부까지 참여해 기업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한단 것이다. 협약엔 △지역 주민 채용 목표와 임금 수준 △지역 학교와 의료기관 지원 방안 △환경과 주민 건강에 대한 기여책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