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의 중소기업이 왜 잘 되는지 아십니까?"
삼성전자 권오현 사장이 한 특강시간에 기자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권사장의 대답은 간단했다. 대만에는 대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만 현지에는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은 없다. 그러나 미국 실리콘 밸리에 진출해 있는 엄청난 화교 자본과 대만의 브레인들은 대기업 역할을 하며 대만 중소기업들의 성장을 견인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선단식 경영으로 유명한 일본의 대기업들은 중소부품업체들과 끈끈한 연을 맺어 그들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줬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일본과 비슷한 대기업 중심의 경제 체제지만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많다. 대기업의 횡포로 중소기업이 투자를 할 수 없기 때문이란 주장도 설득력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퍼주기식 지원이 경쟁력을 하락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일본이나 대만(실리콘밸리)과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이 적은 것도 한 이유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기업이랄 수 있는 곳은 3~4개 그룹의 주력기업들 뿐이다. 나머지 대기업들은 아직 세계시장에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
또 자산규모가 6조원이 넘으면 투자에 제한을 두는 출자총액제한이 성장을 막는다. 수도권에 광범위하게 내려진 투자규제는 대기업들의 주머니를 닫게 만들고 있다.
24일 청와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참석해 상생협력방안에 대해 회의를 가졌다.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대기업들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오갔다. 대기업이 보육시설까지 중소기업에 내주는 게 어떠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식의 등떠밀기식 중소기업 지원보다 대기업의 성장 기반을 마련해주는게 순서가 아닐까. 과감한 규제 완화로 대기업이 투자를 많이 하면 그만큼 중소기업의 몫이 커진다. 재계는 청와대와 정부가 간헐적으로 벌이는 '상생 이벤트'에 동참하면서도 내심 이게 정답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대기업이 크고, 그들의 필요에 의해 중소기업을 함께 키우는 '열린 상생'을 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