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밖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가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한다. 하고 있는 업무를 말하면 대뜸 물가가 생각보다 안 오르는데 맞느냐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3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높아졌는데도 물가가 1년에 3%도 안 오른다는 사실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저물가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높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낮은 상승에 그쳐 이른바 `신경제' 논란이 일었고 유로지역도 성장 부진이 주된 요인이긴 하나 물가상승률이 2%를 소폭 웃돌고 있다. 일본은 10년 이상 물가상승률이 제로 수준을 맴돌고 있다.
세계적으로 저물가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먼저 각 국이 인플레 억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 점을 들 수 있다. 석유파동 이후 선진국들이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경제정책을 추진한 데다 개발도상국들도 외환위기 이후 경제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 우리나라가 인플레타게팅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또한 중국 등이 저가품을 세계시장에 대량 공급한 것도 주된 요인의 하나다. 한국은행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저가소비재 수입이 늘어나면서 2003년 이후 매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1%포인트 정도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 정보통신산업의 발달로 경제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진 점도 물가안정에 기여했다.
저물가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회복이 지연되자 각국은 2001년 이후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금리를 크게 낮췄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고 과도하게 늘어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몰리면서 각국의 부동산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우리나라도 부동산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최근에는 `버블세븐'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부동산가격 상승에 유가상승이 가세하여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계속해서 금리를 인상하고 있고 디플레를 걱정하던 일본은행도 얼마전부터 금리인상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0월 이후 4차례에 걸쳐 콜금리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물가가 안정되어 있는데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물가는 아직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2000년 이후 올 3월까지 조사대상 14개국 중 필리핀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상승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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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앞으로의 물가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일부 서비스요금이 오르고 있고 기업들도 제품가격 인상에 나설 채비다. 공공요금 인상도 잇따를 전망이다. 연구에 따르면 올라간 물가를 끌어내리는 비용이 미리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많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시기를 분산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통화정책 당국도 경기동향에 유의하면서 물가상승압력이 실제 물가로 나타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