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노크했는데 이미 등록된 브랜드? …중소·신생까지 번진 모방

해외진출 노크했는데 이미 등록된 브랜드? …중소·신생까지 번진 모방

하수민 기자, 차현아 기자
2026.03.29 06:15

[MT리포트]도둑맞은 K브랜드 ②기업 체급별 IP 대응 양극화

[편집자주] 한류 확산 영향으로 K뷰티·패션·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만큼 이를 모방하거나 선점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중국 기업의 베끼기(짝퉁)이야 말할것도 없고 동남아시아로 확산돼는 'K브랜드 복제 벨트'가 형성된 모양새다. K상품 성장 이면의 지재권 침해 실태를 짚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위한 IP 전략 필요성을 살펴본다.
기업 규모별 K브랜드 무단선점 의심상표 현황/그래픽=이지혜
기업 규모별 K브랜드 무단선점 의심상표 현황/그래픽=이지혜

#.국내 화장품 인기 브랜드를 보유한 A사는 베트남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사 상표가 현지에서 등록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즉시 상표 출원에 나섰지만 현지 업체가 동일·유사 상표를 먼저 출원한 탓에 등록을 거절당했다. 베트남 정부기관에 도용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해 증거로 제출하는 등 소송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최근 승소를 확정한 기쁨도 잠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남아있지 않았다.

K콘텐츠를 중심으로 한류 소비가 확산되면서 K브랜드를 침해하는 해외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 브랜드에서 집중됐던 모방이 중소·신생 브랜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트랜드 변화 주기가 짧아지면서 막 성장한 K패션·뷰티나 해외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K푸드(프랜차이즈)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오세희 의원이 지식재산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 규모별 상표권 침해 양상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대기업의 K브랜드 무단선점 의심 상표는 지난해 1185건으로 전년 1304건보다 감소했다. 반면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소기업 관련 의심 상표는 꾸준히 늘어나며 전체 침해 증가를 이끌었다. 과거에는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 브랜드가 주요 타깃이었다면 최근에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한 K뷰티와 패션 신생 브랜드가 빠르게 모방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업종별 K브랜드 무단선점 의심상표 현황/그래픽=이지혜
업종별 K브랜드 무단선점 의심상표 현황/그래픽=이지혜

업종별로는 프랜차이즈 분야의 무단선점 의심상표 증가세가 거세다. 의심 상표는 2023년 653건에서 2024년 1774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 1973건까지 늘었다. 프랜차이즈는 외식과 카페 등 K푸드 브랜드가 포함되는 영역으로 해외 진출이 확대되면서 상표 선점 시도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치킨과 디저트 등 K푸드 인기가 높아질수록 브랜드를 선점하려는 움직임도 강해지는 구조다.

K뷰티와 패션 분야에서도 증가세가 이어졌다. 화장품 분야 의심 상표는 2023년 886건에서 2024년 1368건, 지난해 1708건으로 늘었고 의류 역시 같은 기간 847건에서 1397건으로 증가했다. K상품 수요가 커지는 산업일수록 모방도 빠르게 늘어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문제는 대응 역량이다. 대기업은 해외 법무 조직과 지식재산권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분쟁 대응이 가능한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전문 인력과 비용 부담으로 대응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인기가 있는 상표일수록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도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각 국가별로 별도 대응을 해야 하는 구조라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상표가 도용될 경우 해당 국가에서 무효 심판이나 협상 절차를 각각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지 로펌과 협업이 필요하다. 모든 과정을 중소·중견기업이 직접 관리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이 관계자는 "상표 무효 심판이나 협상 비용이 최소 수천만원 수준에서 시작된다"며 "양도 대가까지 포함하면 4000만~5000만원 이상이 드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는 지재권 대응 역량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한 업계 관계자는 "K상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는 만큼 침해 대상도 함께 늘고 있다"며 "성장 초기 단계부터 지재권 전략을 갖추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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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민 기자

안녕하세요 하수민입니다.

차현아 기자

정보미디어과학부, 정치부를 거쳐 현재 산업2부에서 식품기업, 중소기업 등을 담당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현장에서, 경제와 정책,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순간을 기사로 포착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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