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FTA 투자분쟁해결 절차

[기고]FTA 투자분쟁해결 절차

이재민 한양대 법과대학 교수
2006.07.19 15:18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협상과 관련, 투자자-투자유치국간 투자분쟁 해결 절차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제도는 투자유치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외국인 투자자의 '정당한' 투자 이익이 침해 받을 경우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유치국 정부와 국제중재 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일부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 정부를 분쟁해결 절차에 회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아니더라도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내 사법절차를 통해 언제든지 한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 투자 유치국의 사법절차상 구제 수단과 더불어 국제중재 절차라는 또 하나의 선택안을 제시하자는 것이 이 제도의 기본 취지다.

 

한-일 BIT 등 우리가 체결한 80여개의 BIT과 한-칠레, 한-싱가포르, 한-유럽자유무역연합(EFTA) FTA에 유사한 투자분쟁 해결 절차가 포함된 것은 우리 투자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협상 중인 한-중 BIT에서 우리측이 투자분쟁 해결 절차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해 중국측의 합의를 도출해 낸 것도 중국에 진출한 우리 투자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한-미 FTA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연방 정부 및 주 정부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우리 기업이나 개인이 미국내 사법상 구제절차 이외에 국제중재 절차로 회부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제도가 일방국에 의해서만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은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 가령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경우 1994년부터 2005년말까지 3개의 NAFTA 회원국간 총 42건의 분쟁이 발생했는데 미국이 피소된 경우가 15건, 캐나다 및 멕시코가 피소된 경우가 각각 9건과 18건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대체로 관련 당사국간 비슷한 비율로 발생했다.

 

일부에서는 메탈클래드 사건 등 일부 NAFTA 분쟁 사례들을 들며 투자 유치국의 정당한 환경정책, 보건정책 등이 부당한 침해를 받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런 사안에서 문제가 된 정부의 조치들은 대부분 외국인 투자에 대한 차별적 효과를 달성하고자 우회적인 방법을 동원한 사례인 경우가 많았다.

입장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실체적, 절차적으로 정당한 정책에 대해 정부 패소 판정이 내려진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당사국이 자국의 환경보호 수준 등을 결정할 주권적 권리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명목상의 정책 목표와 달리 실제 의도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차별적 대우인 경우에만 문제가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 기업의 외국 투자와 외국 기업의 한국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관련 분쟁 자체를 회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부당한 제소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고 일단 중재 절차가 개시되었을 때 우리 정부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며, 외국 기업의 부당한 조치에 대항하는 한국 투자자의 권익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협정문에 포함시키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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