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례없이 길고 힘들었던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인천공항 출국장은 해외로 떠나는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한국의 여행산업은 적어도 양적으로만 보면 관광선진국이다. 지난해 해외로 출국한 사람이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고 한국을 찾은 사람도 600만명을 넘는다. 국민 5명중 1명이 해외를 찾을 정도이지만 여행산업의 선진화 정도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1년을 한국방문의 해로 정하고 야심차게 관광선진국의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결국 남은 성과는 별로 없었다. 아시아를 찾는 외국인들이 한국은 제쳐두고 일본이나 중국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저가 패키지상품으로 동남아를 찾는 여행소비자들은 ‘여행은 없고 쇼핑만 있는’ 부실 상품에 골탕 먹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계속 지적되는 문제지만 제대로 개선되지도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서비스업이라는 여행업의 기본에서 출발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제조업보다 더 많이 연구개발(R&D)을 해서 다품종 소량생산(맞춤여행)에 힘써야 할 여행사들이 오히려 공장에서 틀에 짜맞춘 소품종 대량생산(저가 도매패키지여행)을 하고 있는 제조업체를 닮은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심을 잃어버린 탓에 소모적 경쟁에만 매달리는 양상이다.
여행업은 자동차나 TV를 만들어내는 제조업과 다르다. 고객 개개인의 니즈를 맞추기 위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만 여행선진국처럼 패키지여행보다는 개별여행 또는 자유여행(FIT) 문화가 발달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품개발능력, 방대한 호텔체인과 항공권 확보라는 인프라 네트워크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외국관광객들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도 마찬가지다. 여행업이라는 본질과 초심에서 출발해보자. 여행은 자원으로서의 문화가 있어야 관광상품으로 제 기능을 한다.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천안문, 일본의 후지산에 필적할 만한 관광자원이 없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의 눈에 특이한 문화나 코리아 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가 필요하다. 단독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면 일본·중국과 묶어 상품가치를 높이는 전략도 생각해 볼만하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물류나 금융 부문에서 동아시아 허브가 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관광에서 우리가 동아시아 허브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한국을 매개로 중국, 일본, 홍콩, 동남아 등 아시아 관광의 바큇살을 늘려 나가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R&D 노력을 해보자. 이제는 서비스업이라는 여행산업의 근본에 충실하면서 여행산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만 한다.
정부는 관광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여행업체들은 고객관계관리(CRM) 기법을 마케팅에 활용해보자.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들의 삶을 곁에서 호흡하고 느낄 수 있는 상품도 개발해보자. 그리고 나서 일본이나 중국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숙박 및 항공권의 다양한 선택폭을 만들어보자. 고객감동은 그리 멀리 있거나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비스산업의 대표인 여행업, 근본으로 돌아가야 할 절실한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