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카드사의 '신용대란 건망증'

[현장클릭]카드사의 '신용대란 건망증'

박정룡 기자
2006.08.07 07:48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카드업계에 쏠림현상이 심합니다. 한 회사가 어떤 마케팅을 시도해 성공하면 쌍둥이 상품이나 서비스가 곧 나옵니다. 소비자 반응이 확인된 마케팅을 따르는 것이 어찌보면 안전한 전략일 수 있지만 경쟁격화와 상호출혈로 이어져 공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많습니다.

판박이 마케팅은 곳곳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모 카드사가 자동차 선할인 카드로 단일상품 가운데 최대고객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의 동일한 상품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한발 나가 선할인 대상이 자동차에서 가전제품으로, 최근에는 항공 마일리지로까지 확대됐습니다.

최상위 고객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VVIP마케팅도 마찬가지죠. 지난해 2월 연회비 100만원에 총 9999명만 한정 모집하는 블랙카드가 선보이자, 카드업계는 ‘수익을 포기한 상품이다' ‘회원모집이 가능하겠느냐’며 반신반의 했습니다. 하지만 성과가 인정되자 얼마안가 너도나도 VVIP마케팅에 매달리며 연회비 50만~100만원의 상품이 홍수를 이뤘습니다.

주유할인 경쟁은 더 심각합니다. 올해 초까지 리터당 40~50원 수준에 머무르던 카드사 할인이 100원을 넘었고, 지금은 최고 130원까지 할인되는 카드가 등장했습니다. '기름값 깎아주기 출혈 레이스'는 주유업계의 반발까지 사고 있다는데요, 결국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로도 이어질 것이 뻔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 신용대란의 학습 유효기간이 벌써 다 끝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최근에는 전업계 카드사 뿐 아니라 은행계 카드사들도 단기적 수익을 위해 각종 수수료 깎아주기 행사를 경쟁하고 있다네요. 취급 수수료를 40~50% 할인해 줄 테니 현금서비스를 써보라는 문자메시지를 은행계 카드사에서 받았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사실 최근 카드사의 경영수치를 보면 단기간의 경쟁심화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2004년 1조340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6개 전업계 카드사는 지난해 342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1조374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개성과 장점을 갖추지 못한다면 이 정도의 수익은 모래탑에 불과할 것입니다. 불과 수년전 신용위기라는 파도에 모두 경험했던 진리가 아니였나요.

원조식당이 실패할 리 없고 마케팅리더가 2위 된 적 없습니다. 카드사들이 더 이상 경쟁사가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세상에 내놓은 상품과 서비스를 무작정 베끼는 ‘따라쟁이’가 되지 말고 화려한 '크리에이티브(Creative)'로 고객들과 업계를 흥분시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