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께서 이번엔 좀 썼다고 하시는데요.."
지난 11일 LG카드 입찰제안서 제출 마감 후 하나금융 주변에서는 이같은 얘기들이 흘러나왔습니다.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했던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절치부심, 이번에는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윤교중 하나금융 사장도 적극적인 언론 접촉을 통해 하나금융의 LG카드 인수 당위성을 역설했습니다. 가격 경쟁은 자신이 있는 만큼 여론에서만 밀리지 않으면 자신이 있다는 행보였습니다. 김 회장의 베팅 수준이 그만큼 공격적이었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의 베팅은 그보다도 강했습니다.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신한금융이 가격 부문에서 하나금융을 앞지른 겁니다.
실제로 라 회장의 LG카드 인수의지도 김 회장에 못지 않았다고 합니다. 라 회장은 신한은행과 구 조흥은행의 지난 4월 통합 후 지주사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에서, "통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 같아 기쁩니다. 하지만 한가지가 더 남아있다"며 LG카드에 대한 인수의지를 공표하기도 했습니다.
라 회장의 의지는 인수전 기간 중 일부에서 흘러나왔던 '신한지주 포기론' 등에도 흔들림 없이 인수 전략을 세워가는 버팀목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베팅에 그 의지가 반영됐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격 협상 과정에서 5% 가량의 가격 조정 여지가 있으니 그것을 반영해서 입찰 가격을 좀더 올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두 회장님의 강력한 인수 의지는 결국 예상을 뛰어넘는 인수가격으로 나타났습니다. 신한지주가 LG카드 인수를 위해 제안한 가격은 주당 6만8500원선, 지분 85%로 얼핏 계산해도 총 7조3000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가격입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LG카드 인수에 나선 이유는 무엇보다 신용카드 사업의 매력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자체로 높은 수익성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은행 등 다른 부문과의 시너지 창출에도 이만한 금융업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신한금융이나 하나금융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은행 부분이 80~90%을 달할 정도로 비중이 절대적으로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주사에서 계열 은행을 컨트롤 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아울러 지주사 회장의 영향력도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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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계의 거목 라응찬 김승유, 두 사람의 베팅 대결은 결국 라 회장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일부에서는 잇따른 M&A 실패로 김 회장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번 M&A의 승패가 두 사람을 대체할만한 후진이 있느냐에 대한 답을 주는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두 회장의 행보에 무게감이 실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