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해가 안가네. 저렇게 기다리는 시간에 차라리 나가서 돈을 벌겠다"
새 1만원과 새 1000원권 앞번호를 교환해가기 위해 수백명의 사람들이 한국은행 본점 앞에서 며칠밤을 지샌다는 얘기를 들은 한 지인은 이렇게 반응했다. 지난 19일 '새 지폐발행 사흘앞두고 벌써부터 한은앞 장사진'이라는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기자도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교환일인 22일 아침. 상황은 긴박해졌다. 자체적으로 순번표를 받아가며 질서를 유지하던 대기행렬이 순번이 쳐진 사람들의 이의제기로 일시에 아수라장이 됐다. 고성이 오가고 일부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혼란은 경찰과 한은 직원들이 나서서야 겨우 수습이 됐다. 그 와중에 지폐 교환은 1시간30분이나 지연돼 오전 11시에야 시작됐다.
이날 '신권 전쟁'을 연출한 사람들의 사연은 다양했다. 화폐 수집가에서 무직의 30대 남성, 무심코 지나치던 할아버지, 10대의 아르바이트생, 돈을 벌러 왔다는 고시생, 며칠 휴가를 내고 자리를 깔았다는 직장인 등. 대부분이 "돈이 된다"는 소식에 온 사람들이었다.
과연 이들은 며칠간의 고생한 대가라도 받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아 보인다. 집중 구애를 받은 AAA권 지폐는 현재의 지폐발행 체계상 10억장을 넘어서면 다시 AAA권이 발행된다. 한은 관계자는 "지폐 발행량 증가 추이를 보면 1.5년 정도마다 AAA권이 100만장 정도씩 더 풀린다고 볼 수 있다"며 "희소성 면에서 AAA권의 가치는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헛고생이 될 수도 있을 '신권 전쟁'을 보면서 "참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며칠동안 일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 한은 본점 앞에서 대박을 노리는 것이 더 현실적인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대박의 꿈'을 꾸는 사람들 속에서 팍팍한 현실을 확인하게 돼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