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끝난 장부가펀드… 보수는 높으면서도 은행들 해이
한때 노후대비 상품으로 각광받던 은행 개인연금신탁의 배당률이 2∼3%대에 머물면서 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안전 우선인 상품의 태생적 구조상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지만 배당률보다 높은 신탁 보수에 판매가 끝난 상품이라는 해이감 때문에 저조한 수익률이 방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입자에게는 은행이 별로 하는 일없이 보수만 꼬박꼬박 뜯어가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은행이 팔았거나 판매중인 연금신탁은 △1994년 6월 설정돼 2000년 6월까지 한시 판매된 개인연금신탁 △2000년 7월 이후 판매가 시작된 신개인연금신탁 △2001년 허용된 연금신탁 3종류다. 앞의 두 상품은 이자소득세 비과세상품이고 뒤의 것은 비과세는 아니나 소득공제 한도가 높다.
이중 판매가 종료된 개인연금신탁의 경우 과거 10%가 넘던 배당률이 2005년 이후 3%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5.0%에 이르는 1년만기 정기예금의 단순 세후수익률 4.25%(주민세 포함, 이자소득세율 15.4% 적용)에 크게 못미친다. 신개인연금신탁이나 연금신탁의 수익률은 개인연금신탁보다 나은 편이나 4∼6%에 이르는 자산운용사의 국공채펀드 수익률에 비하면 저조하다. 지난해말 설정액이 2411억원인 채권형 신개인연금신탁은 지난해 은행별로 3.2∼4.7%의 수익률을 나타냈고 설정액 1조3000억원 규모인 채권형 연금신탁도 3.1∼4.72%범위였다.
이 때문에 지난해말 신탁액만 8조9000억원에 이르는 개인연금신탁에 가입자들은 불만 투성이다. 50대 중반의 한 고객은 "10여년 전 노후용으로 적격이라는 은행의 권유로 개인연금신탁에 가입했는데 현재 배당률은 3%도 못된다"며 "막상 은퇴를 앞두고 막막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은행은 개인연금신탁은 '원금보장'이 우선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후자금이므로 국공채, 금융채 등에 보수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배당률을 높이기 위해 주식을 편입할 수 있지만 원금을 보장해야 해 위험을 은행이 감당할 수 없다"며 "원금보존 고민과 수익률 고민이 상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러한 상품 특성과 저금리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개인연금신탁의 저조한 수익률은 은행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은행이 개인연금신탁액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유인이 별로 없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은행 개인연금신탁은 판매가 끝난 상품인 데다 시세변동이 반영되지 않는 장부가펀드여서 굳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매매하면서 수익을 높이기 위해 애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또 비과세라는 메리트가 되레 은행에 수익관리를 느슨하게 만드는 역선택 문제도 생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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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신탁보수는 여전히 높아 개인연금신탁 배당률을 갉아먹고 있다. 은행들은 개인연금신탁 상품에서 회사별로 신탁액의 1.0∼1.2%를 보수로 가져가고 있다. 여기다 0.2%의 예금보험료까지 있음을 고려하면 매년 수익률에서 1.2∼1.4%가 비용으로 빠져나간다. 매년 은행들은 보수를 낮추고 있으나 수준은 찔끔찔끔이다.
개인연금신탁이 3%대의 저조한 수익률밖에 못내는 상황에서 가입자의 불만은 여전하다. 한 가입자는 "수익률을 높일 수 없으면 신탁보수를 낮추든가, 신탁보수를 많이 가져가고 싶으면 수익률을 높이든가 무슨 노력을 더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판매가 끝났다고 알아서 받아먹어라는 식이냐 뭐냐"고 목청을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