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황영기, 다시 진검승부 나서다

승부사 황영기, 다시 진검승부 나서다

진상현 기자
2007.02.07 16:00

현직 회장으로 출사표..박 차관 등과 맞대결

지난 6일 저녁, 우리금융 회장 공모 마감시간이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흘렀다. 유력 후보로 떠오른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의 응모 사실은 이미 알려진 상태. 유력한 관료출신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자 다수의 후보들이 응모를 포기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었다.

관심은 현직 회장인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응모 여부에 모아졌다. 과거에는 유력후보가 응모할 경우 현직 회장은 공모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고위관료와의 대결이라는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 '과연 황 회장이 공모에 참여할까'

의문은 공모가 끝나고도 한참 후에 풀렸다. 결과는 '황 회장도 접수'. '검투사' 황영기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황 회장은 서울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이후 그룹내 영어경시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77년 이병철 회장 비서실 국제금융팀에 들어가면서 금융전문가로서 길을 걷게 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금융에 대해 조언을 구할 때 가장 먼저 찾았던 인물도 바로 그였다.

삼성증권 사장 시절에도 파격적인 경영으로 단번에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증권 사장 취임 당시 그는 "약정고에 연연하지 않고 고객에게 이익을 남겨주는 정도에 따라 직원을 평가하겠다"고 선언, 증권업계에 이른바 '정도경영' 바람을 몰고왔다.

황 회장이 '검투사CEO론'을 들고 나왔던 것도 이때쯤이다. "CEO는 검투사와 같다. 나도 지면 죽는 검투사의 심정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있으며 반드시 이기는 싸움을 할 것"이라는 말은 이제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검투사적 기질은 우리금융 회장 취임 후 유감없이 발휘된다. 우선 자산을 대폭적으로 늘려 리딩뱅크 경쟁에 우리금융의 이름을 뚜렷이 새겼다. 공적자금 투입금융기관으로 M&A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던 여건에서 이뤄낸 성과다. 특유의 결단력과 추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거라는 평가다. 영업현장에서 다른 은행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거침이 없었다.

우리금융 및 우리은행에 다시 1등 정신을 불어넣은 것도 성과다.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이라는 점 때문에 의기소침해 있는 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심감을 심었다. 토종은행론을 들고 나와 공적자금 투입은행이라는 오명을 마케팅 수단으로 탈바꿈시키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해말에는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발표, 산업계 전반에 파장을 불러왔다.

유려한 언변도 빠지지 않는다. "'경영협의회에서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나도 저 자리에 서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감탄을 하게 된다"는 우리은행 임원의 말은 한,두 사람만의 생각은 아닌 듯 하다. 논리정연하면서도 쉽게 재미있게 풀어내는 화법은 대적할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평가다.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좌고우면' 하지 않고 승부수를 던지는 승부사적 기질도 빼놓을 수 없다. 임직원들에 대한 스톡옵션, 직원들에 대한 상여금 지급, 경영정상화계획이행약정(MOU) 개정 문제 등에서 자기 목소리를 뚜렷이 냄으로써 '황영기'라는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이같은 서슴없는 행동들은 대주주인 정부와의 마찰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황 회장은 일에는 딱 부러지지만 '놀기도 잘하는' 팔방미인으로 통한다. 만능 스포츠맨으로 몇년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시속 120㎞의 빠른 볼을 스트라이크 존에 정확히 집어넣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황 회장은 이번 회장 공모로 또한번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황 회장이 한번만 더 연임하면 우리금융이 완전한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게 내부의 평가가 적지 않지만 현직 차관급 인사가 참여한 만큼 연임 전선이 만만치는 않다. 다만 이번 인사가 '시장과 관'의 대결구도로 가고 관출신 인사에 대한 부담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연임의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음은 황 회장 약력.

△1952년 경북 영덕 출생 △서울고 △서울대 무역학과 △영국 런던대학교(LSE) 경제학 석사 △75년 삼성물산 입사 △81년 파리바은행 서울지점 △86년 뱅커스트러스트 도쿄지점 아시아 담당 부지점장 △89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국제금융팀장 △94년 삼성전자 자금팀장 △97년 삼성생명 전략기획실장 △98년 삼성생명 투자사업본부장(전무) △99년 삼성투신운용 사장 △2001년 삼성증권 사장 △2004년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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