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차세대 선택은 '아이폰'..삼성ㆍLG 등 거센 경쟁
지난해 1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포시즌 호텔. 로데오 경기를 보기 위해 이 호텔에서 묵던 싱귤러 와이어리스의 최고경영자(CEO) 스탠 시그먼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방문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잡스는 시그먼 앞에서 3시간에 걸쳐 터치스크린 기술을 포함, 아이폰을 직접 작동했다. 시그먼은 경외에 찬 표정으로 잡스의 시연을 지켜봤다.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틀어보다 인터넷에 연결하는 광경에 시그먼은 흡족해했다.
아이폰은 애플과 싱귤러가 지난 2년간에 걸쳐 공동으로 개발한 제품. 아이폰은 인터넷 기능은 물론 아이포드도 담고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다.
아이폰은 몇주 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07'에서 전세계에 공개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모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아이폰이 탄생하기까지 애플과 싱귤러 와이어리스, 양사간 비하인드스토리를 소개했다.
◇ 아이폰을 알아본 시그먼의 선택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 개발을 위해 버라이존을 비롯한 다른 이동통신사와도 접촉했다. 그러나 싱귤러와 달리 다른 이동 통신사들은 대부분 아이폰을 기존 휴대폰 단말기와 같이 취급하는 오류를 범했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그러나 시그먼은 잡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음성 통화 만으로 매출을 올리는 시대는 지났고, 인터넷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통해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는 변화를 선택한 것.
양사의 제휴는 상호 '윈-윈' 효과를 불러올 전망이다. 애플은 진일보한 단말기를 내놓았으며, 싱귤러는 자사의 네트워크를 통해 인터넷 등을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
싱귤러는 애플과 아이폰 웹서비스 이용 관련 수입 등 매출도 매달 일정 부분 나누어 갖기로 합의했다. 이는 이동 통신사로는 매우 어려운 결정이다. 이동통신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유리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휴대폰 공급자들은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 단순히 단말기를 판매하기만 하면 됐다. 다른 이동통신사들과 애플의 협상이 결렬된 것은 이같은 입장차가 컸다는 후문이다.
시그먼은 애플에게 이동통신 관련 서비스의 수익을 나눠주기로 한 대신 아이폰의 미국내 독점 판매권을 확보했다. 인터넷 폰이라는 미래 기기를 손에 넣은 것. 아이폰은 올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가장 관심을 끄는 모바일 기기다. 이로 인해 싱귤러는 미국에서 막대한 판매증대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독자들의 PICK!
◇ 아이폰, 애플의 미래를 다시 쓴다
애플은 아이폰을 미래 핵심제품으로 선택했다. 단순히 휴대폰 단말기로서가 아니라 아이튠 등 기존 사업부문을 확대시킬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이미 휴대폰은 저장용량, 엔터테인먼트 기능 등 멀티미디어 복합 기기로 역할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아이폰은 애플의 경쟁력을 확대시킬 무기가 될 전망이다.
애플은 앞서 모토로라와도 제휴를 했지만 별다른 성공을 맛보지 못했다. 모토로라와 애플은 지난 2004년 아이튠을 탑재한 휴대폰을 선보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모토로라가 지난 2005년 가을 야심차게 선보인 로커(ROKR)폰의 부진은 애플 경영진을 실망시켰다. 애플 관계자들은 당시 로커의 디자인이나 제품 인터페이스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귤러는 로커폰에서 "애플의 톡톡튀는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는 실망스런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2005년부터 자사의 스타일을 접목시킨 휴대폰 개발을 독자적으로 추진해왔다. 잡스는 지난 2005년초 시그먼을 만나 아이폰의 컨셉트에 대해 설명했다. 두 경영진은 이내 의기투합해 아이폰 프로젝트를 진행키로 합의했다.
개발 과정에서 글렌 루리 싱귤러 사장과 에디 큐 애플의 아이튠 부문 책임자가 개발의 중책을 맡았다. 이들은 매일 이메일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개발 주역으로 자리메김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 개발 과정에서 싱귤러에 공세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이동통신사들의 음성통화 매출은 감소일로에 있다"며 "싱귤러가 인터넷 사업부문에 집중하는 것을 애플이 도울수 있다"고 강조하며 싱귤러의 변화를 촉구했다.
◇ 아이폰, 열린 생각의 합작품
애플은 싱귤러와 합작이 결정되자 곧바로 모든 역량을 단말기 개발에 쏟아부었다. 잡스는 기술자들의 조언도 열린 생각으로 받아들였다. 획기적인 터치스크린 기술도 기술자의 제안을 받아들인 결과 탄생한 것이다.
당초 애플은 GSM 방식의 싱귤러 외에도 버라이존 등 다른 이동통신사들과 제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버라이존 등은 애플의 의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결과 애플은 지난해 7월부터 단독으로 싱귤러와의 제휴 속도를 높였다.
양사는 기술진을 파견·교류하면서 비밀리에 제품 개발에 매진했다. 각 단계 개발자들이 전체적으로 무엇을 개발하는지 모를 정도로 보안을 유지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거쳐 아이폰은 지난 1월 CES에서 첫선을 보였다.
◇ 2008년까지 1000만대 이상 판매
애플은 오는 2008년까지 아이폰을 1000만대 이상 판매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499달러, 599달러 2가지 제품으로 싱귤러가 오는 7월부터 독점 판매한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 6000만명의 이동통신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싱귤러는 아이폰 출시로 고객 확보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경쟁도 거셀 전망이다. 이미 삼성, LG 등 경쟁사들이 아이폰과 유사한 컨셉트를 적용한 제품으로 시장을 선점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삼성은 터치스크린을 적용한 F700을, LG전자는 프라다폰을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 F700은 똑같이 터치스크린을 적용했지만, 키보드도 내장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애플이 과연 어떻게 경쟁에 대처할 지 지켜보는 것도 차세대 휴대폰 시장 관전법이 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