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애주가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술 신상품들에 불만이 많다. 순해 빠진 술이 영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독한 술을 즐기는 주당들 일수록 더욱 그렇다.
순한 소주 전쟁이 촉발된 지 1년이 지났다. 알코올도수 21도에서 20도로 1도가 내려가더니 일부 지방 소주사는 얼마전 16.9도짜리를 출시했다. 도수만 놓고보면 소주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맥주도 마찬가지다. 4.5도가 대세를 이루는 맥주시장에 4.2도가 나오는 등 저도화는 주류업계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주당들은 소주 한 잔을 마신 뒤 칼칼한 뒷맛을 즐기던 시절을 그리워 하지만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오긴 어려울 것 같다.
주류업체들이 주당들의 불만을 모르는 건 아니다. 도수별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갖추고 고객들을 최대한 만족시켜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한국의 술 시장 크기가 다품종 소량생산에 따른 원가 상승을 감당할만큼 크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고객 만족도 좋지만 당장 수지타산이 안맞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고도주를 원하는 이들을 틈새 시장으로 보고 벤처정신으로 무장한 신생 업체가 이 시장에 도전해볼만 하다는 우스개 소리가 진지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그래서 오비맥주가 15일 내놓은 6.9도짜리 독한 맥주가 남다른 시선을 받고 있다. 소주를 상대로 경쟁을 해보겠다는 게 다소 현실과는 동떨어진 듯 들리지만 주당들에게 모처럼 반가운 소식인 것만은 사실이다.
국내 주류산업이 다양한 수요층에 만족을 주기 위해서는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는 결국 수출길을 열심히 개척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주를 예로 들면 수출용 소주에서만이라도 세계인들이 공감할만한 맛의 표준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독한 술 소비량 세계 4위인 한국이 세계인이 즐길 수 있을만한 술 하나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주류업계는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