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라도 한 게임 하면서 몸을 부딪쳐 보는게 어때요? 우리 서로 제대로 얼굴도 모르는데..." 술자리에서 누군가 호기있게 제안한다. 이에 맞장구를 치는 사람들은 아예 4월중에 만남을 '성사'시키자며 각자 수첩을 꺼내들고 장소와 날짜같은 사소한 일에도 심각하게 토론을 벌인다.
제법 취기가 올라 있지만 모두들 '그 날' 만나자며 결의를 다진다. 마치 남북축구대표 경기를 성사시키는 것만큼이나 신중하다. 날을 잡고 난 뒤에는 곧 정상회담이라도 이뤄질 듯 다들 뿌듯해 한다. 최근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방송통신융합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우연히 뭉치게 된 술자리 풍경이다.
서울 목동에 있는 방송위와 광화문에 있는 정통부 사이에는 사실 남극과 북극 사이보다 더 먼 거리감이 있다. '목동파'와 '광화문파'는 서로 남의 영역에 입성하는 것 조차 꺼려 한다. 한마디로 "뭐가 아쉬워 남의 지역까지 찾아가느냐"는 것.
정부가 방송규제기관인 방송위와 통신관련 부처인 정통부를 합치겠다고 나서면서 양 기관의 감정싸움은 더 극심해지고 있다. 기관 뿐 아니라 딸린 업체들의 먹거리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와중에 실무자들은 답답한 마음만 더 커진다. 뻔히 서로의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솔직한 입장보다는 기관의 입장에서 '대립'을 얘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쉽고 답답한 노릇이다.
이런 깊은 앙금이 축구 한판 한다고 해소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부 기관의 큰 틀을 바꾸는 문제가 축구경기 한판으로 풀리면 그게 더 말이 안된다. 그러나 방송통신 융합도 사람 사이의 일인데 '소통'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어야 한다.
이번에 축구경기를 제안한 관계자는 "같이 땀흘리면서 몸을 부딪치고 나면 최소한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 때라도 마음이 덜 무거울 것 같다"고 말한다. 방송·통신 융합을 위해 '소통의 물꼬'를 만들고 싶어 하는 실무자들의 마음이 화창한 봄날 넓은 운동장에서 싹을 틔우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