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밤에 열린 예탁원 주총

[기자수첩]밤에 열린 예탁원 주총

신수영 기자
2007.03.29 13:55

'예탁원 주총 재개. 사측 공권력 투입요청. 노조 바리케이트 대치' 28일 밤 11시를 조금 넘긴 시각, 핸드폰에 이같은 문자 메시지가 떴다.

증권예탁결제원 노동조합이 노조원들에게 회사로 집결하라는 지령이 내린 직후였다. 당초 예탁원은 이날 오전 10시 주총에서 감사를 선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조측이 낙하산 인사라며 강력저지에 나서며 주총이 무산됐다. 사측은 급기야 마감시한인 자정을 앞두고 공권력까지 요청, 주총을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정문을 봉쇄한 예탁원 노조
정문을 봉쇄한 예탁원 노조

감사 후보는 증권사 지점장을 거쳐 현재 한 증권사 투자상담사로 재직하고 있는 인물.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예탁원이 구멍가게도 아니고 검증된 인사가 필요한 거 아닙니까." "낙하산도 낙하산 나름이지 원..." "경남 출신에 부산고, 이거 너무 한 것 아닙니까." "누구의 처남이다, 누구 조카다 이런 얘기까지 파다하다해요."

속속 모여든 직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직원들은 로비에 의자와 탁자 등을 쌓았다. 그리고선 60여명이 줄을 이어 앉았다. 바깥에서는 직원들 승용차가 진입로를 막았다. 예탁원 앞에는 경찰차가 제법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장실이 있는 9층에도 경찰이 모습을 드러냈다.

"건장한 남자 직원들은 9층으로 올라가세요." 11시30분께 주총장인 9층에 인간 바리케이트가 쳐졌다. 자칫 몸싸움으로 이어질 듯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하지만 자정을 넘기면서 주총은 효력을 상실했다.

예탁원 진입로를 막은 차량들
예탁원 진입로를 막은 차량들

사측도 감사 선임을 강행하기 위해 직원들과 몸싸움까지 벌이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되면 사후 수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노조는 자정을 넘기고도 30분여를 더 버틴 뒤에야 해산했다. 정의동 예탁원 사장은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빠른 시일 안에 주총을 열어 재무제표 승인 등 안건을 처리하겠다는 '원칙론'을 확인했다.

낙하산에 대한 공공조직 노조의 반발은 일상화된 면이 없지 않다. '으레 그래왔던 일' 정도로 치부돼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얼마전 좌절된 증권선물거래소 감사후보에 이어 이번 낙하산도 '청와대가 정말 해도 너무하는게 아니냐'는 외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주총을 강행하는 사측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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