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을대로 곪은' 美·中 무역갈등 터질까

'곪을대로 곪은' 美·中 무역갈등 터질까

김능현 기자
2007.04.10 11:10

미국, 중국 상대 '지적재산권' 문제 WTO 제소 방침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중국산 수입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키로 한데 이어 이번에는 지적재산권 침해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키로 했다.

중국 정부도 이 같은 미국의 압박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양국간 무역갈등은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슈워브 "中저작권 침해 더 이상 좌시 못해"

슈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9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가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오는 10일 중국을 WTO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의 지적재산권 문제를 WTO에 제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중국정부가 지적재산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아 미국 기업들이 연간 수십억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이는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슈워브 대표는 중국 지도부가 영화, 음원, 서적 등에 대한 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이 WTO 회원국으로서 요구되는 법적인 조치를 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23년간 유지해온 기존 정책을 뒤집어 중국 수입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은 1984년부터 중국과 같은 비시장경제 국가에 대해서는 상계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취해 왔다. 또한 지난 2월에는 중국 정부의 기업 보조금 문제를 WTO에 제소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이러한 강경 대응은 민주당이 장악한 미 의회의 강력한 요구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시 행정부는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중국 위안화 가치를 높이고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미 의회의 압박을 받아 왔다.

미국의 지난해 무역적자는 7653억달러로 5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중 대중 무역적자는 2325억달러에 달했다.

미국이 이번에 문제삼은 것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중국의 지적재산권법이 저작권 및 상표권 보호에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중국도시에서 판매되는 DVD, CD의 90%는 불법 복제물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추정이다.

또다른 하나는 영화, 음원, 서적에 대한 무역장벽이다. 슈워브 대표는 "중국이 미국산 영화 상영편수를 제한하고, 외국잡지나 서적을 특급호텔에서만 판매토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 극장들은 외국 영화를 1년에 20편 이상 내걸수 없도록 돼 있다.

중국 상무부는 이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국이 중국의 지재권 침해와 영화, 음반, 서적 등에 대한 무역장벽 문제를 WTO에 제소하면 양국은 60일간 협상에 돌입하게 된다. 이 기간 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은 WTO에 중재를 요청하게 되며 WTO가 미국의 손을 들어줄 경우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美, 영화·음반·출판업계 '환영'-제약·소프트웨어 '가시방석'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 기업들은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약,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은 자칫 오랜 공을 들여 구축해 놓은 중국 관리들과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WSJ는 또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비즈니스소프트웨어 연맹(BSA)과 미국 제약업체를 대변하는 이익단체인 전미의약연구제조업협회(PRMA)가 이번 제소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中 "양국 관계 악화될 것"

중국내에선 미국의 잇따른 강경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 지적재산권 협회 부 회장인 마 쉬샨은 "중국은 선방 국가들과의 지적재산권 보호 격차를 좁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며 "이번 일은 양국간 무역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고 모조품 밀매를 적발하기 위해 미국 기업들과 협력하는 등 저작권 침해을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해 왔다.

중국 저작권 협회 부회장인 첸 차오관은 "저작권 침해는 중국의 문제많은 아니다"라면서 "이 분야에 생소한 중국인들의 저작권 보호 의식이 강하지 않은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중국정부는 저작권 침해를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으며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덧붙였다.

WTO 중재전에 양국이 타협을 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전직 WTO 관리였던 헨리 가오는 "미국이 이번 분쟁을 승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면서도 "중국은 과거 유사한 경우에도 WTO의 중재를 피하기 위해 합의점을 도출해 내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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