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환경기준 대비 안하면 기업 타격"

"EU 환경기준 대비 안하면 기업 타격"

대담=정희경 경제부장· 정리=여한구· 사진=최용민 기자
2007.04.16 09:51

[머투 초대석]이치범 환경부 장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이 농업을 무기로 우리를 압박해 왔다면 유럽연합(EU)은 한국에 월등히 앞서는 환경을 가지고 공격할 것입니다."

한·미 FTA 후속 대책을 놓고 공방이 한창인 가운데 이치범 환경부 장관은 한·EU FTA에 대한 걱정과 함께 철저한 대응을 강조했다. EU의 환경규제에 효과적으로 준비하지 못하면 국내 주력 수출길이 막히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국내 최대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을 5년여 맡은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환경정책에 관해서는 소신과 신념이 확고하고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한국환경자원공사 사장 때는 환경부 산하기관에 분산돼 있던 폐기물 관련 업무를 공사로 일원화하는 작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도 했다.

그는 각종 환경 현안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펴는 데 주저함이 없다.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논란을 놓고 김문수 경기지사와의 '맞장토론'도 준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확인됐듯 국익과 결부된 사안에 대해서는 유연성도 겸비했다. 역대 환경장관 중 처음으로 국내 10대 그룹 CEO들을 직접 만나 국제 환경규제에 대한 선(先) 대응을 강력히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환경분야에 대해 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재협상은 없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원칙입니다. 대통령께서 한덕수 총리가 (재협상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하자 '거의' 자를 빼라고 지시했을 정도입니다. 자구 수정 정도는 몰라도 내용 자체에 재협상은 없습니다. 한·미 FTA 협상에서 한국의 환경보호제도가 이미 선진국 수준이어서 큰 무리없이 이뤄진 상태입니다.

―미국차 배출가스 허용기준이 국내차보다 덜 엄격히 적용돼 너무 양보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국내 시장만 고려하면 국내 기업에 역차별적 요소가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관세제도 철폐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제고되는 효과를 고려해야 합니다. 또 이번 조치로 배출가스 증가분이 0.02%밖에 안돼 이 정도는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사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채택한 제작사별 총량관리제도로 바꾸는 방향을 추진해 왔습니다.

―다음달 시작되는 EU와 FTA 협상은 미국보다 더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요.

▶EU는 미국처럼 농업분야에서 우리를 압박할 게 없습니다. 그들이 압박할 수단은 환경입니다. 기후변화협약 조기 참여와 화학물질 규제, 환경서비스 등이 쟁점이 될 것입니다. 환경기준을 더 높이라는 EU의 주장에 대해 우리 환경수준에 맞춰 적절한 합의를 하려고 합니다.

―EU의 환경규제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규제로 타격을 보는 쪽은 무역분야고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입니다. EU 국가의 환경규제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면서 산업자원부 등 다른 부처와 공동대책팀을 꾸릴 계획입니다. 기업들이 먼저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대응방안은 무엇인지요.

▶대외여건을 고려하면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내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부문별로 국내 감축목표를 수립하고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감축이 국제사회에서 채택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온실가스 감축 기업에 대해 적정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해 온실가스 저감노력을 촉구해 나가려고 합니다.

―하이닉스반도체가 구리공정을 뺀 상태로 이천공장을 증설하겠다고 합니다.

▶경기도 등에서 구리가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설사 하이닉스가 배출하는 양이 미미하더라도 경험상 다른 시설들도 들어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 둑이 터지듯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2300만 수도권 시민의 젖줄인 팔당 상수원을 지키지 못하게 됩니다. 하이닉스 단일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구리 안전성 문제와 관한 한 누구와도 토론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차제에 불합리한 상수원 규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합니다.

▶상수원 주변 지역 공장입지 규제 개편은 국내 상수원 보호를 담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추진할 계획입니다. 우선 공장입지 규제방식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입지규제를 보완할 수 있는 방식을 찾을 것입니다. 사전 기초조사와 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여러 이해관계자와 폭넓은 논의를 거쳐야 되는 사안으로 단기간에는 어렵고 최소 3년 이상 걸릴 것입니다.

―대규모 택지개발 때 용적률을 완화한다는 방침에 동의하십니까.

▶부동산문제가 워낙 큰 사회적 이슈로 대두돼 사실은 환경부로서는 고육지책에 속합니다. 외국의 어떤 나라도 아파트가 고급주택인 곳이 없는데 우리나라가 비정상입니다. 환경부는 쾌적한 도심환경 조성에 책임이 있는 만큼 앞으로 개발과정의 공간관리에 더 신경을 쓰려고 합니다. 우선 새롭게 조성되는 송파 신도시부터 생태면적률 제도를 적용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생태면적률은 녹지를 비롯한 자연순환기능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전체 개발대상지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최근에는 기존 녹지자연도가 아닌 생태·자연도를 개발계획에 활용한다고 했는데.

▶녹지자연도는 식생만을 반영해 미흡한 점이 많았는데 생태·자연도는 야생 동·식물 서식 여부, 우수경관 여부 등 자연환경 전반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각종 개발계획시 사전환경성 검토나 환경영향평가시 협의기준으로 사용할 계획으로 주민들과의 갈등요인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황사가 무척 심각한데 관련 대책은 무엇인지요.

▶황사는 중국과 몽골에서 불어오는데 국가간 입장 차이가 커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선은 국내적으로 황사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발원지 조림과 빈곤퇴치 등 사막화 방지사업의 실질적 추진을 위해 황사방지기금 신설도 검토할 예정입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어떻게 보십니까.

▶공식 논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다만 운하건설은 경제적인 문제는 빼놓고서라도 여러 환경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운하는 적정한 수위유지와 함께 물흐름을 늦춰야 하는데 이로 인해 수질오염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치범 장관 약력

△1954년 충남 예산 출생 △서울고 졸업 △서울대 독어교육과·철학과 졸업 △83년 서울대 대학원 졸업(철학) △84~8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대 박사과정 △88~93년 광운대 강사 △93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98년 한국자원재생공사 이사 △2003년 한국환경자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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