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승희씨가 일으킨 버지니아 공대 총기 참사는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아메리칸 드림'과 '자녀를 위한 부모의 희생', '공부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뒤틀린 한국적 사회 분위기' 그리고 '돌아온 좌절감' 등등.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자녀들만이라도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낯선 미국으로 건너가 모든 것을 희생했던 조씨 부모에게 돌아온 '아메리칸 트래저디'(American Tragedy)다.
조씨 부모는 한편으로는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다. 조씨 가족은 20일(현지시간) 희생자들과 가족들에 대한 사죄 성명을 발표하고 "하루 하루를 악몽속에서 살고 있다"고 술회했다.
조씨 부모는 착한 아들이라고만 믿었던 승희가 이런 참혹한 범죄를 저지를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모든 것을 희생해 키운 아들이 32명을 죽였다는 소식에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다.
조씨 가족은 15년전 서울의 한 지하 셋방에서 어렵게 살다 가난한 삶을 자녀들에게는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에 갔다. 조씨의 부모는 하루에 13시간씩 세탁일과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자식 교육에 최선을 기울였다.
부모의 헌신으로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난 두 자녀는 프린스턴 대학교와 버지니아 공대라는 최고의 명문대에 진학했다.
조씨 부모도 노력의 댓가로 중산층이 사는 마을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게 됐다. 한마디로 아메리칸 드림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모든 비극은 성공을 향해 나아가던 과정에서 잉태된 것이 아닐까. 조씨 부모가 일에 바쁜 나머지 승희씨를 돌볼 시간이 충분치 않았고, 또 '성적 제일주의'에 사로잡혀 그렇지 않아도 소심한 승희씨가 과중한 압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많은 '기러기 아빠'들이 양산되고, 학교 대신 학원이 각광받는 한국 사회. 버지니아 공대 사건은 정말 중요한 것은 '성적'이 아니라 '인성'이라는 사실을 한국사회에 경고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