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달러 가치 폭락과 미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솝우화의 ‘늑대와 양치기 소년’에서처럼 늑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늑대는 출현하지 않을 것인가?
1990년대 들어 IT 혁신으로 경제 각 부문에서 생산성이 증가하면서 미국 경제는 이른바 ‘고성장과 저물가’라는 신경제를 달성했다. 이를 믿고 가계는 소비를 늘리고(2005년부터 가계 저축률이 마이너스까지 하락했다) 기업은 투자를 확대했다.
그 결과 경제에 초과 수요가 발생하여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예를 들면 1990년에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4%였으나, 지난해에는 6.5%로 증가해 이전 최고치였던 1987년 3.4%에 비해 거의 2배로 늘었다.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적으로 쌓이다 보니 순대외부채가 GDP의 약 25%에 이를 정도로 미국은 세계 최대 채무국으로 전략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가 왜 중요한가? 그것은 경상수지 적자 축소 과정에서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착륙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더불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달러 가치가 폭락하면 미국의 물가가 불안해지고 미국에서 자금이 유출된다.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게 되고, 그러면 주가와 주택 가격이 폭락한다.
결국 소비와 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지게 된다. 중국과 인도 경제의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미국 경제의 침체는 세계 경제성장의 둔화나 침체로 이어진다.
1979년과 1987년에 비슷한 현상이 두 번 있었다. 1970년대 후반에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달러 가치는 하락했다. 1977년 말과 1979년 말 사이에 미국의 달러 가치는 독일 마르크에 대해 20%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당시 폴 볼커 연방준비이사회 의장은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했고, 그 후 인플레이션은 잡혔지만 1982년에 미국 경제는 전후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었다. 이때 세계 경제성장률도 0.4%에 그쳐 197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985년 9월 플라자 협정 이후에도 달러 가치는 급락했다. 1985년 9월에서 12월에 달러는 독일 마르크에 비해 13% 떨어졌고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17%나 하락했다. 1987년 초에 루브르 협정을 통해 환율안정을 도모했지만, 달러 가치 하락세는 지속되었다. 미국 주가는 1987년 10월 19일 하루에만 23% 폭락하는 소위 ‘블랙먼데이’를 경험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달러 가치가 완만하게 하락하고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도 물론 높다. 미국 채권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경상수지 적자를 자본수지 흑자가 보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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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본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할 요인들이 많다. 미국이 일본과 EU보다 높은 경제성장을 하고 있어서 미국 국채수익률이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이머징마켓의 정치 및 경제의 불안정으로 투자할만한 마땅한 금융상품이 없는 것도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이유이다.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이들 국가의 낮은 투자와 자금잉여 확대(외환보유액 증가)도 미국의 금융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 요인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오일 머니’도 미국의 자본수지 흑자에 일조하고 있다. 미국이 유동성이 높고 리스크가 낮은 저수익 자산을 다른 나라에 제공하고, 나머지 세계로부터 고수익 자산을 매입한데 따른 투자 수익률 차이도 미국의 자본수지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미국 경제의 불균형 조정이 지연된다면 갈수록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결국 늑대는 나타났다.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의 추가하락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도 그 리스크는 높아지고 있다.
최근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한 연구는 미국의 헤지펀드 수익률간 상관계수가 높아져 작은 충격이라도 전체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위기 이후 가장 큰 리스크가 헤지펀드에 내재되어다는 것을 시사한다. LTCM 파산 후 약 3개월 동안 달러 가치는 엔화에 비해 27%나 폭락한 경험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