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사외이사의 독립성

[MT시평]사외이사의 독립성

김화진 서울대 법대 교수
2007.05.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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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외이사제도가 1997년의 외환위기를 계기로 우리 나라에 도입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외이사제도는 그 조금 전부터 우리 나라 기업들이 채택하기 시작했던 제도다.

사외이사제도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증권거래소의 상장규정에 있다가 법률로 이동하면서 업그레이드 되었는데 올해로 10년을 맞는다. 정부에서는 사외이사제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준비하기로 했다. 시의 적절하다.

 

사외이사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많았다. 그럴듯 하지만 실제로 기업들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며 따라서 일종의 실험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학술적 검증의 재료인 데이터가 어느 정도 축적되었고 그 자료들을 활용한 최근의 연구들은 사외이사제도가 우리 나라 기업들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보고를 계속하고 있다. 즉,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론은 이제 접어도 될 것 같다. 더 좋은 결과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연구하면 된다.

 

사외이사제도의 문제점으로,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반대가 거의 없다거나 경쟁회사 겸직 또는 경쟁회사간 이직 사례가 있다거나, 전직 법관, 고위 공무원들이 사외이사로 대거 선임되는 현상이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거나, 최대주주의 변동에 따라 사외이사의 거취가 결정되는 사례가 많다거나, 선임 절차가 부실하다거나 등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사외이사제도가 최고의 기능을 발휘하는 데 필수적인 독립성은 아직도 광범위하게 의심 받고 있다. 법률이 다양한 장치를 설치해서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는데 현실이 독립성에 의문을 발생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법률은 경영진과 어떤 경로로든 '친한' 사람을 사외이사후보에서 배제하도록 하지 않는다. 학연과 지연 등을 통해 인간관계의 친소가 많이 좌우되는 우리 나라에서 이는 법률의 중대한 결함이다. 그렇다고 법률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런 관계는 법률이 규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경영진과 아무런 학연, 지연도 없고, 법률상의 독립성 요건을 모두 충족시킨 완벽한 사람이라도 일단 어떤 회사의 사외이사가 되는 순간 좁은 의미에서의 독립성은 상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의 구성원들은 양식 있는 사람들의 그룹이며 일정한 패턴을 갖춘 불문의 사회적 행동 규범을 부지불식간에 내부화 한다. 또, 이 그룹은 서로 대립할 일보다는 협동할 일이 압도적으로 많은 회의체다.

 

미국의 저명한 스트라인 판사는 이를 '형제는 형제인 것이다'라는 말로 정리했다. 2002년의 한 판결에서 스트라인 판사는 오라클의 엘리슨 회장이 거액의 기부금을 약속한 스탠포드 대학교의 교수들이 엘리슨 회장에 대해 독립적이기 어렵다고 판결한 일이 있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학교에서 아무런 보직도 맡지 않고 있는 교수들이 잠재적인 기부자를 비판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비판한다 해서 하등의 불이익도 받지 않겠지만 양식 있는 교수들의 의식 저변에는 자신들이 소속되어 있는 공동체에 대한 배려가 깔려 있으며 이는 본인들 조차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스트라인 판사는 심지어 엘리슨 회장의 아들이 스탠포드 대학에 낙방한 사실도 이 교수들의 독립성을 보여 주는 증거라기 보다는 반대로 향후 엘리슨 회장에 대한 비판을 방해할 수 있는 요소라고 했다.

 

이렇게 보면, 사회통념상 의미에서 가장 독립적일 수 있는 외국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해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독립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성취하기 위해 기구적인 측면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미국에는 우리 나라에서와는 달리 사법부가 사외이사의 독립성에 대한 판단을 할 기회가 많은 관계로 방대한 판례가 축적되어 있다. 즉, 일반적인 규칙이 아니라 특수한 상황 마다 에서 사외이사가 독립적인지를 가장 무게 있는 사례연구기관인 법원이 판단한 선례가 쌓여 있는 것이다.

이를 참고로 해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행동 지침을 사외이사들에게 제공해 주는 것도 좋은 생각일 듯 하다. 그 다음은 각 사외이사들의 양식 문제다. 이 양식의 생명력은 교육에 크게 좌우되는 우리 사회의 회의체 문화가 변함에 따라 같이 변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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