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 초대석]이두형 한국증권금융 사장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얼굴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증권금융이라는 회사를 맡은 후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엔도르핀이 솟는 탓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이두형(사진)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한국증권금융에서의 7개월간 생활을 여과없이 들려줬다.
오랜 공직생활을 접고 생애 처음으로 민간기업 CEO로 자리를 옮긴 이두형 사장은 하루하루 바쁘게 움직인다. CEO의 움직임이 많다보니 일선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또한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업무강도에 혀를 내두르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불만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그만의 논리적인 화법이 임직원들을 이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7개월간, 증권금융 본업찾기 주력
이두형 사장이 한국증권금융 취임 후 거듭 주장하는 것이 '환골탈퇴'다. 앞서 한국증권금융을 맡았던 홍석주 현 한국투자공사 사장이 테이프를 끊긴 했지만 금융산업의 대변화가 예고되는 시점에서 한번쯤 메스를 가해야 한다는 게 이 사장의 판단이다.
이에 첫 번째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이 사장은 강조한다. 이는 고유업무가 갈수록 퇴색되는 한국증권금융 입장에서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고객예탁자산관리 등 증권금융만의 고유업무가 있었기에 수십년간 버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릅니다. 우리의 주주인 동시에 고객인 증권사들이 이제는 경쟁자라는 사실을 하루빨리 인지하고 대응해 나가야만 증권금융이 생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사장은 고유업무인 대출업을 강화하고 유가증권 투자를 확대해 수익을 극대화키로 했다. 이에 현재 국내 증권사에만 제공 중인 유가증권담보대출을 외국계 증권사에까지 늘리는 한편 증권유통금융 등 증권담보금융의 리모델링을 통한 자금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조직 개편을 통해 주식과 채권파트를 분리하고 외부 전문가를 채용해 운용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계획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 사장은 한국증권금융에선 유례가 없는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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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이 사장은 증권사와의 연계를 통해서도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 낸다는 복안이다. 최근 대우증권, 현대증권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자금을 예수키로 한 것도 이 중 하나다. 지난 5월말 현재 이들 증권사로부터 예수된 자금은 1조60억원에 달하고 있다.
“증권사가 경쟁사라고는 하지만 서로간의 업무제휴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사업이 분명히 있습니다. 앞으로도 증권사에 도움을 주면서 한국증권금융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낼 것입니다”.
#지급결제, 증권사에 선택권 주어야
근래에 들어 이두형 사장의 골치를 썩게 하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증권사 지급결제 허용 문제다. 당초 증권사 지급결제 허용 문제는 대표기관을 선정해 증권사가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은행업계의 반발로 인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결말이 지어지고 있다. 지난해 증권예탁결제원과의 치열한 경쟁끝에 증권사 지급결제 대표기관으로 선정된 한국증권금융 입장에선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 사장은 최근 이 일로 국회를 여러 차례 방문하고 있다.
“인터뷰가 끝나면 곧장 국회에 들어가 봐야 합니다. 주변에선 이달 중 자통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모든게 물거품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저는 끝까지 국회위원들을 설득해 볼 생각입니다”.
이 사장은 증권사의 지급결제 참여방식이 왜 간접적이어야 하는지 설명했다. 직접참여가 겉으로 보기에는 타당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용대비 효과를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사별로 직접 지급결제에 참여하려면 시스템 구축비용만 70억원가까이 소요되며, 해마다 10억원 이상의 운영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지급결제 서비스로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입이 이를 감당해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일부 대형증권사는 참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중소형증권사 입장에선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이 사장은 중소증권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선 이들 만이라도 대표기관을 통해 지급결제에 참여토록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법안에 증권사의 지급결제 직접참여를 못 받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신용융자 급증, 감독당국 개입 시기상조
증권사 지급결제와 함께 이 사장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최근 급증하는 신용융자다. 이는 한국증권금융의 수익사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특히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사장은 신용융자가 급증하는 것을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는 주식시장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다. 물론 역순이기는 하지만 시중자금이 증시로 몰리면서 주식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겪다보니 증권사 신용융자를 통해 주식에 투자하려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지 미수거래를 제한하고 신용거래를 활성화 시키려는 감독당국의 정책을 실패했다고만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게 이 사장의 생각이다.
“모든 문제를 규제로만 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감독당국이 무리하게 간여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늘어나는 신용융자로 인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대주를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는데, 최근 증권금융이 중단했던 대주 서비스를 부활시키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증권금융은 올 하반기부터 대주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신용융자 급증으로 자체 한도를 소진한 증권사들이 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것을 대비해 이두형 사장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이 조달해 가는 자금이 커질수록 한국증권금융 역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비하기 위해 고유계정에 포함돼 있는 유가증권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수익사업에 열을 올리는 이 사장이지만 리스크관리에도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다.
#현명한 참모는 경영의 구세주
이두형 사장은 사업구상 중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지인을 찾는다. 물론 이 사장이 사적으로 도움을 얻는 지인들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그는 취임과 동시에 경영자문위원회를 구성, 매달 이들과의 만남을 갖는다. 인터뷰가 있던 이날 역시 이 사장은 이들 경영자문위원회와 조찬모임을 갖고 왔다.
“경영자문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4차례 정도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임원들을 배석시켰는데, 예상치 못했던 조언들에 당황스러워하더군요. 최근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상 중에 있는데, 이들 경영자문위원들이 많은 아이디어를 내주어 막혔던 부분들이 시원하게 뚫렸습니다”.
인재를 찾아 근처에 두는 CEO가 생각만큼 많지 않다. 특히 공기업의 경우 거쳐가는 자리정도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아 조직이 정체될 수 밖에 없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 사장이 한국증권금융 부임 이후 이런저런 일들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일시적인 ‘과욕’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과욕으로 끝날지 한국증권금융의 발전으로 이어질지 관심을 가져볼만한 CEO다.
“가끔 지인들을 만나면 “죄송하지만 증권금융이 뭐하는 곳”이라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제가 공보관 출신이기도 하지만 증권금융의 홍보를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앞으로의 증권금융을 한번 지켜봐 주십쇼. 금융거래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증권금융을 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