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이 너무 높은 것도 자통법 만들 때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최근 만난 금융권 관계자의 말입니다. 자본시장통합법과 은행 외국인 지분율의 상관관계는 언뜻 생각하면 뜬금없어 보입니다.
그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현재 금융권의 중심은 은행입니다. 그리고 대형 은행의 주주는 80% 이상이 외국인이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은행이 높은 수익을 올려 배당을 하게 되면 배당금의 대부분은 고스란히 외국인 주주의 손으로 들어갑니다. 때문에 은행이 커질수록, 은행의 수익이 높아질수록 외국인의 배만 불린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합니다. 은행권의 지난해 결산결과 2조원가량의 배당금이 국외로 빠져나갔습니다.
이런 가운데 자통법이 시행되면 은행 위주의 금융구조가 자본시장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겠지요. 상대적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낮은 증권업, 자산운용업, 선물업 등의 겸영으로 거대 투자금융회사가 생겨나면 외국금융자본의 대항마로 토종금융자본이 자연스럽게 육성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정부가 자통법을 만들 때 실제로 이 부분까지 염두에 두었는지는 확인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만 그의 추론이 '솔깃하게' 들리는 것만은 어쩔 수 없는 것같습니다. 그만큼 국내 은행산업에서 '외국인 주주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얘기겠지요.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약 85.5%입니다. 신한금융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61.89%인데, 재일동포 지분까지 포함하면 80%가 넘을 것이라는 추정입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도 각각 77.9%, 81.79%입니다.
이에 비해 국내 증권사들의 외국인 지분율은 은행권보다 낮은 편입니다. 삼성증권이 32.65%, 우리투자증권이 19.27%, 현대증권이 10.74%입니다.
물론 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것이 자통법 제정의 한 이유가 됐을 거라고 가정하기 힘든 부분도 많습니다. 증권업이 발달하면 여기에도 외국자본이 공격적으로 들어올 수 있을 거고 그렇게 되면 정부는 다시 한번 외국인 지분율이 낮은 금융업종을 찾아야 하는 신세가 돼야 할 겁니다.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화제입니다. 월급을 CMA에 넣었더니 이자받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통법의 '뜨거운 감자'였던 증권사에 지급결제가 허용되면서 은행은 '울상'이고 증권사는 함박웃음입니다. 자통법이 우리에게 던진 화두가 참 다양하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