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입장표명 대신 다른 피고인 선처 호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매사에 '의리'를 내세우는 인물로 유명하다. 신의(信義)’를 그룹경영의 최고 가치로 삼을 정도이다.
그런 김 회장은 재판 선고만 남겨둔 채 판사 앞에 마지막으로 진술을 하면서도 의리를 잊지 않았다.
김 회장의 결심공판이 열린 22일 서울중앙지법의 417호 법정. 검찰의 구형과 변호인의 최후 변론이 끝나자 이 법원 형사8단독 김철환 판사는 김 회장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기회를 줬다.
이 자리에 서는 기업인들은 최후진술에서 "한번만 기회를 주시면 사회에 봉사하며 최선을 다해 국가 및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취지로 선처를 바라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국민들과 다른 경제인들, 한화 임직원들에게 사죄한다고 밝힌 뒤 이번 사건으로 같이 재판을 받고 있는 다른 피고인들을 챙겼다.
김 회장은 함께 구속 기소된 진모 경호과장에 대해서는 "회사의 안전관리 팀장으로 어쩔 수 없는 입장이었다"라고, 불구속 기소된 한화 협력업체 대표 김모씨에 대해서는 "협력업체 사장으로 우연히 시간을 같이 보낸 것일 뿐"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마치 이들의 변호인으로 선임되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다.
김 회장은 폭행에 가담해 불구속 기소된 G유흥주점 사장 장모씨 등 나머지 2명에 대해서도 "이들은 목격한 것도 없다"고 변론했다.
이어 김 회장은 "이런 분들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제 자리에 돌아가 본연의 임무를 다하도록 하고, 모든 책임과 형벌을 나에게 집중시켜 달라"며 "이들이 하루빨리 돌아간다면 어떠한 처벌도 담대히 받겠다"고 진술을 마쳤다.
김 회장은 개인적인 일로 회사 직원이 구속되고 협력업체 대표 등이 수사와 재판을 받은 것에 대한 미안함을 이같은 말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정작 자신에 대해 선처를 해달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