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 두는 盧, 혼란스런 금융감독 당국

훈수 두는 盧, 혼란스런 금융감독 당국

서명훈 기자
2007.06.28 09:12

신용융자'경고' 이어 카드 수수료율까지 지적…시장 '관치'우려

청와대의 금융감독 당국에 대한 압박의 수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신용융자 급증에 대한 ‘경고성 발언’에 이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해서까지 직접 언급하고 나섰다. 시장에서는 청와대가 금융당국을 ‘관치’하고 당국은 시장을 ‘관치’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에 역효과?

노 대통령은 지난 27일 충북 청주를 방문, 재래시장 상인들로부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건의를 받고 특별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라고 강력 지시했다.

오는 13일 공청회를 통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원가산정 표준안’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려던 금융감독 당국은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노 대통령이 언급한 ‘통신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 속내를 파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노 대통령의 수수료율 인하 발언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에 용역을 맡긴 상황에서 이번 발언은 객관성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용역 결과가 ‘인하’ 쪽으로 나온다 하더라도 이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

반대로 금융당국의 부담이 한결 가벼워진 게 아니냐는 옹호론도 나온다. 이번 발언으로 인해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데다 반대 여론에 대한 훌륭한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盧의 훈수, 혼란스런 금융당국

노 대통령은 최근 들어 금융 현안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계속해 오고 있다. 증권업계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신용융자 제한 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9일 노무현 대통령이 ‘빚을 내서 주식투자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신용융자 절대규모가 아직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친다는 금융감독 당국의 생각과는 온도차가 확연한 발언이었다.

노 대통령의 언급 이후 금융감독 당국의 입장은 180도 돌변했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당국은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규모가 0.52%로 1%대인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높지 않다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19일 노무현 대통령이 ‘빚을 내서 주식투자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발언이 나온 이후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신용융자 증가 속도를 문제 삼으며 증권업협회 차원의 자율 점검을 요청한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지 7월말까지 신용융자 잔고를 자기자본의 40% 또는 5000억원을 넘지 못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용융자 규모가 지나치게 급증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이고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며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이 신용융자 규모를 급격하게 줄이려는 시도 역시 다른 형태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직접적인 지시여부를 떠나 청와대는 금융감독 당국을 관치하고, 당국은 다시 시장을 관치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관치’논란이 다시 부활하고 있는 셈.

일부에서는 이번 신용융자 제한 조치가 금융감독 당국의 중립성이 훼손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참여정부 들어 다른 경제분야에 비해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당국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중립성을 지켰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이번 조치는 외부의 압력이 있었거나 지나친 눈치보기의 결과라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소신있게 외풍을 막아냈던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의 임기가 불과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에서 윤 위원장의 공백을 벌써부터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靑 전방위 압박, 백기 든 금융당국

이같은 비난 여론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구조상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겠냐는 게 불만의 핵심이다. 최근 청와대는 시중 유동성 과잉 문제를 조사하면서 금융당국이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제도 좀더 일찍 도입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치게 풀린 토지보상금과 낮은 금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과잉 유동성 문제를 어떻게 금융감독 당국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냐는 분위기다.

당국이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신용융자 규제’라는 칼을 빼든 것은 이런 내부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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