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자통법' 멍석이 깔렸으니…

[MT시평]'자통법' 멍석이 깔렸으니…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2007.07.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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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골드만삭스 출현 기대..증권사 경쟁통해 발전시켜야

자통법 통과로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출현이 기대되고 있다. 70년대 수출입국을 달성하기 위해 종합무역상사가 탄생하였듯이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조차 걸맞지 않는 증권관련 산업의 혁신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이미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

종합무역상사가 성공한 이유로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 그리고 오지를 누비면서 고생한 수출전사들의 땀을 들 수 있겠지만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출현을 위해서는 똑 같은 방법으로 접근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골드만삭스는 결코 정부에 의해 육성되어질 수 없고 스스로 태어나 자생력을 갖추는 기업으로 성장하여야 한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은행은 자금 흐름의 중개보다 실물부문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위험을 중개 내지 변환하는 역할에 치중하고 있다.

이와 같이 위험의 중개 내지 변환을 위해서는 다양한 위험성향을 가진 투자자들이 거래할 수 있는 자본시장의 육성이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보다 다양한 투자자들의 집합체인 세계자본시장이라는 네트워크에 연결 될 수 있는 수준의 자본력을 투자은행은 갖추어야 한다.

투자은행에서는 본사가 자본을 각 부서에 배분하고 각 부서는 주어진 자본으로 영업을 한 후 실현되는 이익을 본사와 공유하는 경영형태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각 부서는 본사와 직접 연결되어 있고 각 부서 간에는 연결되어 있지 않다.

이는 제조업인 경우 각 부서가 공동으로 일을 하여야 이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투자은행인 경우 각 부서 간에는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방화벽 설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특성상 투자은행의 조직 형태는 원래 파트너 조직으로 출발하였지만 현재는 자본조달 및 M&A 등의 이유로 주식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에서는 직원들의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투자은행 직원들의 능력이 투자은행의 성과를 좌우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수 직원을 어떻게 선발하고 또 어떤 유인책을 사용하여 잔류시키느냐? 가 투자은행 경영의 중심이다.

그러나 이미 교육평등이라는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는 한국의 현실상 우수 직원에게 보통직원의 몇 배 내지 몇 십 배 되는 봉급을 지급하면 위화감 조성 등의 이유로 조직 내에서 거부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화적으로 평등을 중시하는 풍조가 만연하는 한 투자은행의 육성은 한낱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투자은행이 당면하는 또 다른 어려움은 바로 고용자위험 (employee risk)이다. 즉 직원들이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도록 재량을 주어야 하지만 이는 다른 의미에서 회사에 큰 손실을 끼칠 수 있는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에 의한 감시활동으로 고용자위험을 축소하여야 하지만 이는 “비전문가에 의한 전문가 감시”라는 어려움이 있고 또 감시를 너무 철저하게 하면 이직의 위험성이 있어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지금 까지 한국의 증권회사들은 자본을 과다하게 보유하고 이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왔다. 사정이 이러해도 결코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지 않았던 이유는 과당경쟁 방지라는 명문으로 진입장벽이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매매중개에 치중하는 증권회사는 은행과 달리 파산하여도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크지 않다.

따라서 증권회사의 파산이 바로 자본시장 마비위험(systemic risk)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진입장벽으로 기존의 증권회사를 보호할 명분은 없다. 오히려 진입장벽으로 증권회사의 프리미엄만 높아져 건전한 M&A만 저해할 따름이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신규증권회사를 불허할 이유는 없으며 진입장벽이 무너지면 증권회사간의 경쟁을 통해 오히려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출현을 촉진할 수도 있다.

참여정부와 함께 시작된 동북아 금융허브 논의가 출발 당시의 요란한 구호와는 달리 이제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제조업의 한계로 성장이 침체되어 있는 현 여건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을 육성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금융의 존재가 절대적이다. 이제 자통법의 통과로 금융허브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이를 통해 우리의 향후 먹거리 산업으로 금융이 자리매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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