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이랜드 사태, 그 책임은?

'벼랑 끝' 이랜드 사태, 그 책임은?

여한구 기자
2007.07.18 15:53

노·사 '치킨게임'식 대응-노동부는 '뒷북' 행정

노조의 장기농성으로 비화된 이랜드 비정규직 사태가 결국 '파국'으로 귀결될 조짐이다.

막판 교섭이 남아 있지만 극적 타결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이랜드 안팎의 진단이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도 "합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희망을 접은 기색이 역력했다.

노조가 장기농성을 전개하고 있는 홈에버 상암점과 뉴코아 강남점에 대한 공권력 투입에 의한 강제해산만 남은 셈이다. 이랜드 사태가 어디서부터 꼬이게 됐는지 짚어본다.

회사가 단초 제공=이달 비정규직 시행에 앞서 우리은행, 신세계 등에서 비정규직의 대거 정규직화가 잇따랐다. 분리 직군제 방식이든지, 무조건적인 정규직화든지 간에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에겐 희소식이었다.

그러나 이랜드는 정반대로 뉴코아 계산업무의 외주용역화를 강행했다. 회사측은 223명의 비정규직 계산원 중 53명만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하지만 노조는 사측에 의해 전원이 해고를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이 비정규직에게 '0개월 계약' 또는 '백지 계약서' 등을 강요해온 사실이 알려져 노동계의 공분을 샀다.

이랜드 사측은 사회적 우려를 뒤로 하고 외주화를 밀어붙였고, 노조는 급기야 점거농성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이랜드 사태를 비정규직 갈등의 '시범케이스'로 삼고 집중투쟁을 선택하게 만든 빌미를 사측이 스스로 제공한 셈이다.

노조는 명분만 집착=대다수 언론이 사회적 약자인 이랜드 비정규직 계산원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노조는 명분에서 앞서 갔다. 때문에 노조가 점거라는 불법 방식을 택했음에도 여론은 노조 보다는 사측의 '고집'을 더 나무랐다.

결국 매출 손실은 물론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사측은 △해고자 복직 △18개월 이상 근무자 정규직화 △외주용역 1년후 폐지 등의 전향적인 양보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노조가 명분에만 집착한 나머지 3개월 이상 근무자 무조건 정규직화를 고집하면서 꼬인 매듭은 풀리지 않았다. 특히 상급노조에서 이랜드 사태를 비정규직 갈등의 대리전으로 삼으면서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외길을 택해 사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 이슈화시키면서 실리도 얻을 만큼 얻는 등 큰 성공을 거뒀는데도 마무리를 못짓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노동부 고위 간부는 "20시간 넘게 교섭을 벌였음에도 노조가 너무 무리한 주장만 계속했다. 정부까지 나서 이 정도 진전됐으면 농성을 풀고 대화로 해결하는게 상책인데 가장 악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법은 '누더기'로 전락=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는 노동부다. 야심작이었던 비정규직법이 시행되자 마자 이랜드 사태가 불거지면서 긍정적인 효과는 온데간데 없고 법의 부작용만 국민들 뇌리에 박히게 됐다.

다급해진 노동부는 노사 자율교섭 원칙을 버리고 이상수 장관이 직접 나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음에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는 경영계로부터는 "불법 점거를 용인해줘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노동계에서는 "노동부가 미적거려 화근을 자르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해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말았다.

실제로도 뉴코아 문제는 노조의 점거농성 이전에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안일하게 바라보다 문제가 커진 다음에야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노동부의 더 큰 고민은 이랜드 사태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규직과의 부당한 차별을 금지한 비정규직법의 특성상 제2, 제3의 이랜드 사태가 발생할 여지가 농후하다.

첫 매듭이 잘 못 풀어지면서 앞으로 비정규직법을 두고 사사건건 노동계와 부딪혀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법이 시행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부각되고 있는 조기 법 개정 논의도 두고두고 노동부를 괴롭힐게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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