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사태는 비정규직 갈등의 '종합판'

이랜드 사태는 비정규직 갈등의 '종합판'

여한구 기자
2007.07.09 16:55

勞,"비정규직 해고법"-使, "일자리 축소"

장기농성으로 비화된 이랜드 그룹 비정규직 사태는 이달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총체적 갈등의 '종합판'이라 할 만하다. 노사가 법 시행 이전에 우려했던 모든 일들이 이랜드 사태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를 부르는 '비정규직 해고법'이라고 강하게 반대해 왔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랜드가 뉴코아 계약직 계산업무의 외주화를 추진하면서 집단 해고 방식을 취하자 "올 것 이 왔다"는 반응 속에 매장 점거 등 총력투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랜드 그룹의 외주화가 용인되면 관망하는 다른 기업에서도 외주용역을 선택하는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해지면서 투쟁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노동계가 '짝퉁' 계약직이라고 평가절하했던 분리 직군제 방식도 홈에버 비정규직에게 적용돼 있다. 노동계는 "차별시정을 회피하기 위한 눈가리고 아웅 식의 직군제 정규직도 수용하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 유연성'을 내세워 아무 제약 없이 비정규직을 사용해오다 비정규직법이란 '암초'를 만난 경영계도 이랜드 사태를 비정규직법이 불러온 화근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영계는 과도한 차별시정 조치로 회사운영에 부담을 느낀 사업주가 비정규직 고용을 회피하면서 일자리 축소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해 왔었다. 이런 마당에 이랜드에서 집단해고가 빚어지자 "현실을 무시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법 제정 때문"이라고 화살을 정부에 돌리고 있다.

경영계는 "정규직의 양보 없이 기업에게만 비정규직 부담을 모두 지라는 것은 맞지 않다. 대기업은 그나마 낫지만 비정규직 95%가 속해있는 중소기업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법 제정을 추진한 노동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신세계와 우리은행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긍정적 영향도 많은데 이번 일로 부정적인 인식만 확산될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또 노·사 양측이 이런 식의 비정규직법은 원하지 않았는데도 노동부가 성과에 매달려 졸속으로 법안을 추진했다고 비판하고 나서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노동부 내부에서는 법 시행 초기 이런 식으로 상황이 전개되면 '야심작' 이었던 비정규직법이 사회적 혼란만 부채질하는 '천덕꾸러기'로 취급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에 따라 이상수 장관이 직접 나서 "외주화를 선택한 사측이 너무 성급했다"고 노조 보다는 사측에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외주화가 불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노동부의 입지는 축소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법이 시행되자 마자 법 개정 논의가 나오고 있는 점도 노동부를 당혹케 하고 있다.

노동부 고위 간부는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긍부정적 영향이 모두 존재하는데도 한쪽만 부풀려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시간을 갖고 비정규직법의 장단점을 분석한뒤 고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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