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경기 호시절 끝나, 집값하락으로 소비위축 불가피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증시는 신용시장 경색에 대한 중앙은행의 관심이 확인됐다며 사흘째 강세를 보였다. FRB는 미국 경제가 고용과 소득의 견조한 증가에 힘입어 향후 안정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 위험은 여전하다고 했다. 경기가 예상대로 잘 굴러가고 있는데 애써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주택가격 하락과 주택을 담보로한 자금융자가 어려워지고 있고 이에따라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의 위축이 불가피하며 결국 FRB가 앞으로 상당기간에 걸쳐 금리를 인하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명 컨설팅회사인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안 세퍼드슨은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을 통해 "미국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가계의 구조적인 적자구조 해소는 장기간에 걸쳐 해소되는 문제"라며 FRB가 금리를 계속 낮춰 4% 아래로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가계는 99년 처음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소비나 투자에 쓰는 지출이 더 많은 적자상태가 됐다.
적자 규모는 지난해까지 계속 불어 급기야 전체 GDP의 5.1% 수준에 도달했다. 가계의 재무구조가 적자를 해소하고 균형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9000억달러 이상의 지출과 투자를 줄여야한다. 상대적으로 지난해 주거를 위해 지출한 금액은 7650억달러 였다.
세퍼드슨은 "그나마 다행인 것은 1~2년이라는 단기간에 걸쳐 해소할 수 없을 정도로 적자 규모가 크다는 점"이라고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단기간에 일어난다면 70년대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또 "불행은 가계의 재무구조 개선이 반드시 일어나야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가계의 적자는 자금을 외상으로 조달할 때 발생하는데, 모기지와 신용대출 등 중요한 자금조달 수단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가계는 원하지 않더라도 소비와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우선 일부 우량한 신용자를 제외하고 값싼 모기지 대출이 사라지고 있다. 비우량 모기지 대출뿐 아니라 일반 모기지 대출 금리도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가뜩이나 집값은 하락세다.
그런데 집값 하락, 주택 거래 감소, 모기지 연체 증가는 가계 부채 조정에 부정적이다. 부채를 갚기 위해 집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해야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그 규모도 이전보다 줄어드는 등 효과가 반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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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분기 집과 연계된 증권의 발행은 지난 8년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소비자들은 이에따라 다른 형태의 신용조달을 시도하고 있지만 집을 통해 쉽고 풍부하게 소비 재원을 마련했던 시대는 지났고 이에따라 소비와 투자 형태는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한다. 주택 호황에 힘입어 미국 경제는 2000년 이후 2006년까지 평균 3.1%의 성장을 했지만 향후 5년간 성장률은 2~2.5%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업 부문의 경영 악화가 아니라 소비 조정의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해야한다.
전통적인 경기침체 국면에서 기업들은 해고, 공장폐쇄, 재고 덤핑 판매, 재무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이작업은 고통스럽지만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세퍼드슨은 그러나 향후 예상되는 가계의 소비 구조조정은 다른 양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택을 통해 과도하게 창출된 부채를 줄이는 일은 동시에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세퍼드슨은 "시장참여자들은 (소비 감소에 따라) 기업들의 이익성장이 향후 수년간 둔화될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최근 증시 조정은 이를 반영했다기 보다 갑작스런 신용경색의 영향이 크다고 보았다. 결국 증시는 기업실적 감소를 반영해 시간을 두고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좀더 긴 시각으로 볼 때 적어도 소비자들의 재정상태가 정상으로 회복될 때까지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의 전성기(glory)는 끝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FRB는 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이같은 흐름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하 수준은 잠정적으로 4% 아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퍼드슨은 "금리인하가 집값의 버블을 다시 부추기기보다는 경제 어딘가에서 심화되고 있을 고통을 완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